지난주에 동네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받는 검사였다. 안내자가 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연락처와 간단한 인적 사항을 종이에 적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해 작성한 종이를 제출하자 곧바로 검사가 시작됐다. 검사 막대기가 입안으로 들어가나 싶더니 갑자기 콧속 깊숙이 들어왔다. 따끔한 아픔속에 굳이 이렇게까지 들어와야하나라는 생각에 불쾌한 기분도 잠시 들었다. 앞서 검사를 받은 친구가 "막대기가 코를 찌르는 것을 넘어 뇌까지 건드린다"고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다음날 나온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 즉 확진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꼼짝없이 재택 근무를 해야했다. 방에 갇혀 혼자 방에서 식사하고 가족과도 휴대폰으로 통화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올때는 마스크를 썼고 부엌에 있는 물건을 만질때는 비닐 장갑을 착용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교도소에 갇힌 수용자 신세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오래전 영화 2편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유를 찾아 탈옥을 꾀하는 이들을 그린 1974년 영화 ‘빠삐용’과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의 장면들을 생각하며 일상 생활에서 누리는 소소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됐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19사태. 총도 없이 싸우는 세균과의 전쟁은 여전히 우리에게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차례로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규모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1차 이상의 접종자는 7월부터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주고 6월부터는 가족 모임 인원 제한 대상에서도 제외해주기로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백신이 2회 접종을 기준으로 효과가 검증된다고 본다면 1회 접종만으로 마스크를 벗게 하거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등 '인원 제한' 제외 혜택을 주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접종을 빨리 한 덕에 6월부터 실내 마스크 쓰기, 해외여행 제한조치 외에 방역수칙을 모두 해제했다며 우리나라의 늑장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도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K 방역과 백신 수급 정책에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시각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 엇갈리면서 누구 말이 맞는건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자칫 경계를 풀고 방심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위기가 반복될 수 있고 방역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온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이후 상대방과의 소통과 교류가 단절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조짐도 우려스럽다. 마스크로 철저히 무장한채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다보니 자기 자신의 실체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가면을 쓴 일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가면을 벗고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할 날이 언제 올까 ? 그날이 빨리 오기만 한다면 코로나 검사 막대기가 코와 목을 사정없이 찔러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