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 그리고 공허(空虛)

5월 19일 부처님 오신날, 우리 기쁜 좋은 날, 서울 조계사 앞에 일단의 개신교도 10여명이 나타나 '오직 예수', '불교는 가짜', '회개하라'며 폭력아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 불을 내고 불상을 훼손한 40대 여성에게 2년 8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멀리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145%, 2020년 뉴욕에서만 전년보다 833%이상 늘었다는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자행된 차별과 혐오, 폭력범죄 소식, 5월들어서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폭력을 막자는 '차별금지법'은 2008년 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발의이후 7번이나 입법무산됐고, 21대 국회도 지난해 6월 발의이후 어김없이 '헛물'입니다.

'차별금지법'마저 차별당하는 웃픈 현실이죠.

27일 불교계 23개 단체가 모인 '차별금지법제정 불교네트워크'가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헌법기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한다'며 국민동의청원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곳곳에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가 드러나고 있다"고 개탄했고,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기독교의 반대로 차별이 행해지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문화적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엔은 매년 5월 21일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지정했고, 우리의 '문화다양성법'은 이를 기려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교네트워크 선언 전날인 26일, 정부는 제9차 사회장관회의에서 '차별과 혐오를 막고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신한류의 동력을 기반으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4개년 계획, '제1차 문화다양성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습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는 "모든 개인과 문화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을 이해할 때 우리 사회도 한층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기본계획으로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누구든 세운 계획은 모두 그럴싸하고, 보기도 좋습니다. 

그러나 '다르다'는 이유로 불지르고, 부수고, 공격하는 범죄가 난무하고, 이를 막자는 '차별금지법' 제정마저 특정종교 눈치보느라 외면하는 정부가 '문화다양성 보호증진 4개년 계획'이라니...

'한류'라는 말이 부끄러운 모순(矛盾)이자 공허(空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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