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가상화폐 논란이 뜨겁다. 가상화폐를 새삼 정의하자면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실물 화폐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말한다. 다시말해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전혀 없는 온라인 디지털 화폐로 이미 익숙한 비트코인, 파인코인 등이 해당된다.

가상화폐 논란은 MZ 세대로 통칭하는 2030이 자산시장에 뛰어들면서 불거졌다.이 세대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물론 가상화폐와 명품 시장까지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유동성 홍수 속에 빚투를 앞세운 2030세대가 올해 세계 금융시장의 '어른들'이 가장 위험한 투기시장이어서 들어가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만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대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 250만명 가운데 2030 비중은 63.5%에 달한다. 2030은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이들은 손바닥 안의 SNS 공간에서 투자 정보를 학습하고, 공유하고, 자산 투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코인이건 투자 결정이 빠르고, 쉽게 옮겨 다닌다. 이들은 위험도는 높지만 큰 돈 없이도 자산 증식을 노려볼 수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쪽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우려하듯 단순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성향으로만 치부하기는 이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절박함이 있다. 2030세대는 “집과 돈, 일자리는 4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쥐고 있고, 직장 내에서는 연공서열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고, 기득권층은 2030의 기회를 막아 청년 실업대란을 만들고 있다”며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다. 이들에게 “가상화폐 시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삶에 대한 희망”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들은 화폐의 변천사에 주목한다. 요즘 젊은층은 현금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도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다. 이미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경제적 생활이 가능한 시대에 암호화폐,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은 ‘시대적 대세’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미래 자산가치가 높은 것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지난해 갑자기 몰아친 코로나 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AI시대가 앞당겨 지는 등 산업구조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화폐 상용화를 먼 미래의 일로만 치부해 제재하고 걱정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경직된 사고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한다. 물론 빚을 내 투자에 올인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각국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급등세를 보이는 등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은 이달들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개입 과정과 의도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각국 정부의 이런 제재가 정부 통제가 가능한 제도권 틀에서의 디지털 화폐 상용화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투자금은 보호할 수 없다고 하는 정부가 내년부터는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금감원의 한 간부가 국내 최대 가상화페 거래소인 ‘업비트’로 옮기기 위해 퇴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법무부 소속 검사가 ‘업비트’로 옮기려다 논란 끝에 무산된 적이 있다. 가상화폐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금융 당국의 입장과 엇갈리는 행보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경기대응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자산인지를 살펴보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띄인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보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주주총회에서“ 9조달러를 운영하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 금과 유사한 자산등급으로 가상화폐가 장기투자 대상이 될 수 있을지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도 이날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이칸은 “아직 매입한 적은 없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안전자산으로도 언급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10억달러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8월부터 가상 공간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뜻하는 CBDC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한다고 했다. 제도권 안에서의 디지털 화폐 상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의도다. 이용자를 위한 소액결제용 전자지갑(스마트폰 앱 등)을 발급하고 전자지갑용 비밀 키(열쇠) 보관 등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보유한 은행예금을 CBDC로 교환하거나 CBDC를 은행예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 송금인 전자지갑에서 수취인 전자지갑으로 CBDC를 전송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CBDC로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게 된다.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 연구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중앙은행들 역시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런 움직임이 민간이 발행한 가상자산과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에도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이 우세하다.

가상화폐를 놓고 정부의 정책은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이미 이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간 상황이다. 온라인에는 이제 정부도 가상화폐를 인정해야 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적 믿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도권 틀’만 강조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다. 이미 지불 영역에서 국경의 의미는 퇴색했다. ‘국가가 국가라는 울타리안에서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사용자가 신뢰라는 가치를 부여한 가상화폐의 통용력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공존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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