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부실 급식 제보 사진.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부실 급식 제보 사진.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영양사가 출연했습니다. 고등학교 영양사로 재직할 당시(현재는 모 기업 구내식당 총괄 매니저) 급식에 ‘랍스터’와 ‘대게’를 제공해 화제가 되었던 분입니다. “학교 급식은 예산이 여유롭지 않은데, 어떻게 랍스터가 올라갔느냐”는 질문에, 영양사의 답과 함께 이런 자막이 이어졌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예산을 확보하고, 조리실무사분들이 식사를 준비...
 학생들을 생각하는 여러 마음이 모여 실현된 명품 급식”

 최근 군에선 코로나19 격리 장병 ‘부실급식’이 최대 화두입니다. 지난달 18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첫 제보 사진이 올라온 뒤, 한 달 새 10건이 넘는 부실 급식 관련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당황한 군은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네 차례나 열고 급식비 인상 등 대책도 내놨지만 상황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부실 급식 사진만 화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해당 페이지엔 밥과 찬이 가득 담긴 해병대 부대 도시락과 장병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된 의경 중대 급식과 같은 이른바 ‘모범 사례’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산과 환경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요?

 여기서 다시, 앞서 언급한 예능 프로그램 자막이 떠오릅니다. 예산, 영양사, 조리실무사,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 먼저 ‘한정적 예산’은 공통 조건이라 볼 때, 영양사와 취사병 등 육군 조리 인력 상황은 어떨까요. 우선 영양사 보직은 없습니다. 배식을 관리 감독하는 급양 부사관이 있긴 하지만, 병력 350여 명당 1명씩 편성될 뿐. 이마저도 그 이하 규모 부대는 다른 보직 부사관이 급양 업무를 도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사병은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 병사 150명 당 2명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메뉴를 구성하고 조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겁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에 올라온 모 해병대 부대 급식 사진.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 에 올라온 모 해병대 부대 급식 사진.

 다음으로 장병을 생각하는 마음을 볼까요. 계룡대 근무지원단 예하 부대에서 코로나19 격리 장병들에게 ‘건더기 없는 오징어 국’이 제공됐다는 제보가 나오자, 국방부는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감사 결과, 군이 내놓은 원인은 ‘급양 감독 소홀’입니다. 도시락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식당과의 상호 소통 및 급양 감독이 소홀해, 반찬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반면, 특급 급식으로 찬사를 받은 해병대 부대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해당 부대 소속 병사라 밝힌 한 네티즌은 댓글에 “제 선후임이 날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포장하고 있다”면서 “보여주기 식이 아닌 매번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격리된 채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장병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급식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뜻도 되겠죠. 

 물론 각 군과 부대마다 특성이 다르고, 기본적으로 취사 환경 자체가 열악한 상태에서 무작정 모두를 만족시킬 급식을 만들어내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시스템 전면 개선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 결국 현 상황을 변화시킬 가장 빠르면서도 쉬운 방법은, 일선 병사들의 급식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는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의 ‘진심 어린 관심’ 아닐까요.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