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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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기업 관련 재판들이 늘면서 대기업에 소속된 대관.법무 담당자를 만날 일이 잦아진 편이다. 법조계를 둘러싼 이런저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간혹 ‘재판 지연’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최근 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되는 재판 지연이 많다는 불만이다. 

오너의 아들이 말썽을 일으킨 대기업 A사. 1심 판결은 이미 끝났고,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문제는 검사가 항소한 게 지난해 12월이었는데, 반 년 가까이 지나도록 2심 첫 공판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A기업 대관·법무 담당자들의 속은 바짝 타들어간다. 윗선에선 "재판 어떻게 돼 가느냐"고 다그치듯 물어보는데, 보고할 내용이 없으니... "하다 못해 재판 날짜라도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부회장이 채용비리사건에 연루된 또다른 대기업 B사. 여긴 2018년 시작된 1심 재판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재판장이 바뀐 게 벌써 두 번째다. 바뀔 때마다 재판은 숫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다시피 한다. 변호인과 대관 담당자 모두 표정이 말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A사 오너의 아들과 B사 부회장은 모두 이른바 '높으신 분들'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강력한 변호인단이 존재하며, 변호인 외에도 회사 직원들이 관 또는 언론과의 접촉을 돕고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높으신 분들의 재판이 이럴 진데, 일반 서민들의 재판은 오죽할까.

재판과 선고 날짜를 정하는 건 전적으로 재판장의 재량이다. '판사 마음대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눈에 띄는 이유 없이 재판 기간이 길어지니, 여러 추측이 나온다.
한 신문에서는 이런 보도까지 나왔다. "'양승태 사건'과 김명수 대법원장 때문이다. '양승태 권한 남용 사건' 이후, 법원장이 개별 판사에게 사건 처리를 빨리하자고 말하는 순간 '재판 개입' 논란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법부장 승진제'를 폐지한 것도 원인이다. 추천으로 법원장이 되는 세상에서, 굳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런 해석이 억측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관들이 조금만 더 성실히, 조금만 더 서둘러서 재판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재판 과정은 민사재판의 원고와 피고, 형사재판의 피고인 모두에게 너무나도 힘겹다. 재판 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만 더 배려해, 조금만 더 서둘러 주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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