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원효의 '화쟁' 사상이 다시금 언급됐다. 언급한 이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효스님의 '화쟁'을 소개하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박 장관이 원효스님의 화쟁을 언급한 것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권의 '내로남불'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장관은 부처님오신날 메시지에서 "우리사회 화쟁의 정신을 '공존의 정의'"라고 적었다. 이는 '나홀로 정의', '선택적 정의'와는 상반된 개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평면 비교, 끼워맞추기식 비교는 사안을 왜곡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는 야권이 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박 장관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야권의 '내로남불' 지적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야권에서는 '내로남불' 공세를 위해 과거 국정농단 사태를 다시 끄집어 냈다. 당시, 박 장관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건의 증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당시 주장이 현재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배치된다며 비판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 장관은 글 말미에 "다른 이가 선을 넘어오면, 서로 통해 공존을 지키기 위해서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마지막 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존의 이름으로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회적으로 '내로남불' 논란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야권 혹은 검찰을 향한 일종의 강한 경고 메시지로도 느껴진다.

 원효스님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스님은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화쟁을 강조했다. 화쟁은 한 쪽 입장에서 그것만 옳다고 여기는 태도를 경계하고, 나와 입장이 다른 이의 생각과 말도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길로 적극적으로 나아가자는 가르침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1,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국면을 해결하는 지혜로 화쟁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박 장관을 향한 '내로남불' 논란도 화쟁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선입견으로 상대를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편견 없이 상대를 대한다면 공존을 위한 방법을 발견할 수도, 그렇지 못해도 최소한 차이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화쟁은 찬성과 반대를 모두 수용하며 중간 입장에 머무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옳은 것을 지향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원효스님의 화쟁이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반대를 위한 반대'에 급급한 정치권에 죽비처럼 내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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