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오늘은 어디로 여행을 가나요?

▶김선권 : 처음으로 사찰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불교방송이란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찰에 대한 글을 쓰다 말기를 반복했었는데, 전혀 전문적이지 않게 여행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합니다.

▷이호상 :  어느 사찰을 소개해주실건가요?

▶김선권 : 경주 불국사, 설악산 백담사, 속리산 법주사, 진천 보탑사. 불교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는 어디에 가도 웅장하거나 인상적인 사찰이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이런 영향으로 제가 지금껏 다녀온 사찰이 100곳은 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제게 ‘지금껏 다녀온 사찰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부석사’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질문을 한 사람은 ‘아~ 단풍길이 아름답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라고 생각하면서 ‘당연하지' 또는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소개할 부석사는 ‘영주 부석사’가 아니라 약간은 생소할 수도 있는 ‘서산 부석사’입니다.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편안합니다. 옆집에 마실 온 듯한 편안함을 줍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사찰과는 달리 사찰다운 고즈넉함이 좋은 곳입니다.

▷이호상 : 서산 부석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영주 부석사는 우리가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는 곳 아닙니까? 

▶김선권 : 네, 수능에서도 나왔었죠.

▷이호상 : 아, 그렇습니까? 

▶김선권 : 국사문제에서요.

▷이호상 : 글쎄요. 저도 역사시간에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서산 부석사는 처음이거든요. 물론,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소개 좀 해주시죠.

▶김선권 : 서산 부석사는 시기적으로 지금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벚꽃이 지고 난 이후부터 보름 정도가 특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부석사 진입로에 연분홍 겹벚꽃이 살포시 미소를 띠며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겹벚꽃은 ‘정숙. 단아함'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는, 꽃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피는 벚꽃으로 보통 벚꽃보다는 더 늦게 피어납니다. 벚꽃이 끝나버린 봄날에 피어난 겹벚꽃이 곱고 탐스럽습니다. 송이송이 모여있는 것이 하나의 부케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 그 어느 꽃도 이보다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호상 : 지금 우리 시내에 있는 벚꽃이 모두 졌습니다만 산 속 벚꽃은 아마 지금이 절정이 아닐까 이번 주말이,,, 

▶김선권 : 청주와 조금 달라요 생긴게. 

▷이호상 : 그렇습니까? 

▶김선권 : 네, 벚꽃이 꽃잎이 여러개 겹친 것처럼 마치 부케처럼 모여있습니다. 송이송이

▷이호상 : 아, 그래서 겹벚꽃이라고 하는군요?

▶김선권  : 네. 

▷이호상 : 정말 상상이 대충 됩니다만 진입로에 피어난 겹벚꽃을 바라보며 사찰 경내를 걸어보는 것은 정말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선권 : 아름다운 겹벚꽃 길이 끝나면 ‘운거루’가 보입니다. ‘구름이 머무는 누각’, 이 얼마나 멋진 이름인지요! 날씨 좋은 날에 운거루에 오르면 천수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머금고 있는 곳, 부석사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사찰입니다. 서쪽 하늘 저 멀리 천수만을 품은 태안반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서산 부석사입니다. 운거루 옆의 건물은 도비산 다원입니다. 요즘 사찰에는 차와 다과를 판매하는 다원이 있는 곳이 많아졌지만, 이곳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운영되어온 사찰 다원계의 역사와 같은 곳입니다. 담당 보살님이 끓여주시는 쌍화차가 일품입니다. 제가 서산 부석사에 가는 이유에는 이 쌍화차도 포함됩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분말 형태의 쌍화차가 아니라, 부석사의 한 보살님께서 부석사와 인근에서 재배한 재료로 직접 만드신다고 합니다.

▷이호상 : 제대로 만든 쌍화차를 마시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은, 좋은 공기도 마시고, 꽃도 보고 말이죠. 

▶김선권 : 영주 부석사에 비해서는 다소 덜 유명한 서산 부석사지만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1330년 부석사에서 조성되었다가 일제에 의해서 침탈되었던 아름다운 관세음보살 좌상이 얼마 전 일본의 대마도 관음사에서 우리나라로 반입되면서 세인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었죠. 안타깝게도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 한켠엔 9년째 빛을 보지 못한 채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소유권을 놓고 한·일 간 논란이 계속되면서 수장고에 머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호상 : 기억이 나네요, 작가님. 조국에 와서도 빛을 보지 못하고 지금 수장고에 갇혀있다라는 말씀이신데요. 사실 얼마나 고국에 돌아오고 싶으셨으면 부처님께서 절도범의 힘을 빌려서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서산부석사에서는“부석사에 있다가 왜구에게 약탈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부석사에 돌려줘야 한다.”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담한 사찰 도비산 부석사는 조선 시대에는 무학 스님이, 근대에서는 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만공 대선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수행정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인중지룡, 그러니까 사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비범한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목룡장과 지혜의 검을 찾는 곳이라는 심검당 현판은 경허 스님이 쓰신 글이고, 부석사 큰방에 걸려있는 부석사 현판은 만공스님께서 70세에 쓰신 글이라고 합니다. 

▷이호상 : 저는 불교방송에 근무를 하다보니까 경허스님과 만공스님, 대선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봤고, 익숙하지 않은데, 청취자 분들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아무튼 대선사께서 머무셨던 사찰이군요. 저도 처음 듣는데,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아직 못가봤는데, 작가님, 이왕 사찰에 갔지만 근처에 서산 부석사에 가면 근처에서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이런 것도 있을까요?

▶김선권 : 네, 있습니다. 부석사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점심 식사만 예약제로 운영하는 농가 맛집이 있습니다.

▷이호상 : 설마 육식은 아닐테고요?

▶김선권 : 절이 아니니 육식이죠. 20분 떨어져있으니까. 그곳에 가셔서 연잎 한정식을 드셔야 합니다. ‘외할머니-어머니-딸’ 이렇게 3대에 거쳐 이어지고 있는 대물림 농가 맛집인데 하루에 단 3시간만 영업합니다. 단 3시간입니다! 정오에 영업을 시작해서 오후 3시에 영업을 마칩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맞춰서 찾아간다고 간다고 먹을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예약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곳입니다. 

▷이호상 : 연잎한정식, 정말 먹고싶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부석사에 가서 쌍화차도 먹고 벚꽃도 즐기고 나서 부처님께 삼배드리고 나서 20분정도 거리에 있는 연잎한정식 먹어본다면 정말 그야말로 몸과 마음 모두 힐링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시간때문에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주에는 더 좋은곳 소개해주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스케치, 오늘도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은 경북 영주 부석사가 아니라요, 서산, 충남 서산에 있는 부석사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지금 앞서 말씀드린대로, 시내 벚꽃은 지었습니다만 산 속 벚 꽃은 이번주가 아마 절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기는 또 겹벚꽃이라는게 아주 유명하다고 하네요. 코로나19가 빨리 극복이 되어서 가보고 싶은 곳 주말마다 마음껏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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