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주말여행 스케치’ 시간인데요.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나와계시죠?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일주일동안 잘 계셨죠?

▶김선권 : 네, 잘 지냈습니다.

▷이호상 :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요?

▶김선권 :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숲의 요정이 속삭이는 곳, 숲의 생명이 푸르게 노래하는 곳, 사려니숲길입니다.

▷이호상 : 사려니 숲길이요?

▶김선권 : 네, ‘사려니숲길’은 일부러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바람 소리, 새 소리, 나뭇잎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언제나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곳인데요. 제주시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삼나무가 우거진 해발 600m의 한라산 중턱을 지나는 무려 15km에 달하는 숲길입니다. 그런데 이 길은 코스가 길기도 하고, 통행에 제한이 있어서, 주로 비자림로 입구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붉은오름이 있는 남조로까지 이어지는 10km 정도 되는 구간을 많이 걷습니다. 지난 주에 소개해드렸던 24시간 개방되는 화순곶자왈과는 달리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되고 탐방 시간은 3~4시간 정도 걸리니까 사전에 계획을 잘 세워서 방문하셔야합니다. 사려니숲길은 거리는 꽤 되지만 사려니오름을 올라가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고도의 차이가 거의 없는 평지 숲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가족들이나 연인과 함께 산림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이호상 : 제주도 사려니숲길, 전 사실 처음 들어보는데. 지난주부터 제주특집인가 봅니다. 제주도 소개를 계속해주시는데, 제주도는 지금 뭐 제주도 유채꽃 만발했을까요?

▶김선권 : 네, 지금 만발했습니다. 어제 들었습니다. 친구한테요.

▷이호상 : 제주도 정말 가보고 싶은데, 지난주에 앞서 말씀드린대로, 곶자왈이라는 특이한 지형을 소개해 주셨는데, 오늘도 사려니라는 특이한 곳입니다. 사려니숲길,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인지 소개 좀 해주시죠? 

▶김선권 :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이기 때문에 사려니숲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려니'는 '신성한 숲' 또는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숲길을 거닐면 여행객도 숲의 포개지듯 푸근하게 녹아들 것만 같습니다. 사려니숲길은 울창한 삼나무 숲길입니다. 그런데 제주하면 삼나무를 많이 떠올리지만, 이는 원래부터 제주에 있던 수종이 아니라고 합니다. 전쟁과 가난의 피폐로 온 산이 헐벗었을 때 육지에서는 아까시나무로 산림녹화를 했던 것처럼 제주에는 속성수인 삼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빨리 자라는 삼나무는 곧 제주의 주된 수종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제주 고유 수종인 비자나무 등으로 녹화사업이나 방풍림 사업을 했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숲이 이리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사려니숲길을 걷다가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사이 사이로 햇살이 비춰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제아무리 무더운 날에도 숲길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이호상 : 부럽습니다. 지금 작가님의 설명을 들으니 제주도 한 두 번쯤은 다 다녀오셨을텐데, 청취자분들도 말이죠. 제주도 가면 저 같은 경우도 매일 가도 성산일출봉, 마라도, 한라산 뭐 이런 곳. 말 한번 타보고 말이죠. 이렇게 보이는 곳만 가봤는데 말이죠. 작가님 설명을 들어보면 ‘아 이런곳이 있었구나!’. 이게 여행의 깊이가 전혀 없다는 제 자신의 스스로 자조 섞인 생각도 드는데요. 말씀 들어보니까 사려니 숲길 ‘신성한 치유의 숲’이다 이런 생각도 드는데 말이죠. 당장 제주도로 떠나고 싶다는 이런 생각도 드는군요. 

▶김선권 : 숲길을 걸으며 상쾌한 삼나무 향에 취하며 붉은 화산송이길을 걷는 것은 제주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매력입니다. 저는 사실 올레길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숲길에는 새왓내 숲길이나 미로 숲길처럼 주 탐방로에서 벗어나 더 한가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오솔길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오솔길은 걷다 보면 다시 사려니숲길의 주 탐방로와 다시 연결되기 때문에 살짝 길을 빠졌다가 들어와도 좋습니다. “흙길을 걷고 있으면 나무만큼은 아니더라도 풀만큼은 못하더라도 그 생명력의 미소한 부분이나마 나에게 미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제가 처음으로 사려니숲길을 걸을 때 떠올렸던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려니숲길을 걷다보면 너무 흔한 말이지만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이호상 : 사려니 숲길 많이들 모르실 것 같아요.

▶김선권 : 그런데 제주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시는 분들은요. 이곳을 꼭 가야겠다고 꼽는 아주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이호상 : 아 그래요? 저희같이 문외한들만 모르는거군요.

▶김선권 : 최근에 올레길이 붐이 일면서 그쪽으로 많이 관심을 빼앗겼는데요. 원래는 여기가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습니다. 언제라도 찾아가서 걷고 싶은 길입니다. 자연을 인간을 위협하지 않고. 또 인간이 자연을 억누르지 않는 편안한 길입니다. 또 걸음걸음마다 소소한 행복이 함께하는 정겨운 산책길이에요. 일상이 지치는 삶에 쉼표가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숲길을 오를 때는 속도를 줄이시는 게 좋습니다. 조금만 속도를 줄여서 주위를 둘러보면 인간과 인위적 아름다움 말고도 또 다른 생명체가 지닌 아름다움에 눈뜨게 됩니다.

▷이호상 : 작가님 그러면요. 사려니숲길 가면 또 먹거리가 있습니까?

▶김선권 :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근처에 꿩샤브샤브로 유명한 집이 있어요. 꿩고기 육수에 꿩 가슴살을 살짝 데쳐서 드시는 음식인데요. 양도 생각보다 많고 메밀전, 꿩다리살 버터구이, 꿩만두, 메밀사리가 계속 코스로 나와서 행복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만약 간단히 드시고 싶으면 단품으로 꿩 칼국수를 드시면 됩니다. 

▷이호상 :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돼서 편안하게 제주도 여행을 가서 가족들과 함께 숲길을 힐링하면서 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주에 더 좋은 곳 소개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네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였는데요. 제주도 ‘사려니숲길’ 이라는 곳을 소개해주셨네요.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혹시 제주 여행 계획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려니숲길’ 한 번 걸어보시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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