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매주 목요일에 떠나는 시간입니다.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죠,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김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 주시나요?

▶김선권 : 오늘은 충청남도 태안군 만대항으로 가보겠습니다. 만대항은 태안군에서도 가장 외진 곳인데 정식 지명은 태안군 이원면입니다. 그런데 찾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가다가다 만대’라 해서 만대항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호상 : 만대항인데 ‘가다가다 만대’라고 해서 만대항이라는 말씀이시죠?

▶김선권 : 네, 만대항은 ‘태안절경천삼백리’라고 하는 솔향기길 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한데, 오늘은 유명한 솔향기길보다는 그 주변의 작은 바다에 초점을 맞춰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호상 : 작은바다, 솔향기길 말씀하셨는데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죠. 

▶김선권 : 제가 오늘 이 주제를 준비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인데 제가 제주올레길을 걷다가 경치가 멋진 곳에 멈춰서서 한참 동안 그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이 동료에게 “여기 멋지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일행 중 한 명이 한 말이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시간 없어, 빨리 가야 해.” 
그분에게는 둘레길을 걷는 목적이 ‘완주’에만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완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단지 그 구간을 완주했다는 아무 의미 없는 만족감을 느끼기보다는 일부밖에 걷지 못하더라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여행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이호상 : 사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작가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둘레길을 걷는 분 중에서 일부는 완주를 목적으로 하다가 더욱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여행길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며 완주가 아닌 어떤 것을 소개해 주실지도 궁금합니다.

▶김선권 : 일단 솔향기길 먼저 간단히 소개하자면요, 솔향기길은 적당한 경사가 있어서 단조롭지 않고, 곳곳에서 바다로 연결되어서 바다내음 맡으며 쉬어갈 수 있는, 지자체가 조성한 둘레길 중에서 상위에 자리매김할만한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태안 만대항은 굴이 많이 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솔향기길을 걷다 보면 종종 굴 껍데기로 덮여있는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모래밭을 걷는 것처럼 푹푹 꺼져서 힘은 더 들지만 굴 껍데기 바삭거리는 소리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이한 경험입니다. 해변의 일부구간이 굴 껍데기로만 이루어진 곳도 있습니다. 굴 껍데기가 파도에 쓸리면서 내는 소리 또한 무척 운치 있습니다. 

▷이호상 : 아, 태안 만대항 솔향기길, 그러니까 굴 껍데기를 밟으면서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 이 말씀인데요.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바삭바삭하는 소리가 날 것 같은데요. 

▶김선권 : 맞습니다. 이런 길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죠. 그런데 더욱 좋은 것은 솔향기길에서 이어지는 작은 바다입니다. 태안 솔향기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탁 트인 바다도 있지만, 바다로 향하는 방향을 제외하고는 분지처럼 언덕으로 둘러싸인 작은 바다도 있습니다. 그중 제가 좋아하는 곳은 축구장 크기의 반 정도 되는 아늑한 공간인데, 연인과 가족과 도시락을 싸 들고 찾아가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입니다.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되는 거죠. 물론 이곳도 많이 알려지면 그렇지 않겠지만 지금까지는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는 ‘나만을 위한 작은 바다’를 선물하는 곳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말씀 들어보니까요,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 같기도 합니다. 로맨틱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걸 초행길에 어떻게 찾아갈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가야합니까?

▶김선권 : 그런 바다가 몇 군데 있기는 한데요. 바다로 가는 길이 한 눈에 보이는 찾기 쉬운 바다도 있어요. 그리고 조금 숨어있는 바다는 바다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있어서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호상 : 그러니까 표지판을 보고 바다가는 길을 찾아가면 된다.

▶김선권 : 네 표지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그렇게 아늑한 곳이지만 이곳은 1년에 서너 번 정도는, 나만의 작은 바다가 주는 아늑함이 아닌, 북적일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주는 축복의 시기’입니다. 조수간만의 차이에 관해서는 제가 3주 전에 무창포 해변의 바다 갈라짐을 소개해 드리기도 했었는데요. 만대항은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호상 : 어떤 체험이죠?

▶김선권 : 봄철에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기인 ‘사리’때, 이곳에 가면, 갯벌에서 전복 성게 해삼 고동 등을 주울 수 있습니다. 잡는 게 아닙니다. 그냥 줍는 것입니다. 전복은 그리 많지 않지만, 성게 해삼 고동은 정말 많습니다.

▷이호상 : 해삼, 성게 많다고요? 봄철 물이 많이 빠지는 시기 사리 때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이 그 시기가 아닌가요? 

▶김선권 : 내일 모레입니다.

▷이호상 : 가족들과 함께 방역관리 철저히 지키면서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습니다만. 충청도에서 관광객이 맨 손으로 전복을 잡는 곳이다. 정말 저는 놀라운데요. 꼭 가보고 싶은데요.

▶김선권 : 평소에는 한적하던 작은 바다가 이때는 동네 축제가 벌어지듯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동네 사람들과 그들이 초대한 지인들로 작은 바다는 활기가 넘쳐납니다.
물이 빠지면 평소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집니다. 평소에는 그냥 모래사장이거든요. 그런데 다시마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전복 같은 걸 잡는거죠. 갯벌의 다른 곳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서해안에서 흔히 보는 펄의 모습이 아닙니다. 잘게 부서진 굴 껍데기가 펄과 섞여 있습니다.
고동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잡고 말고 할 게 없습니다. 그냥 주우면 됩니다. 

▷이호상 : 성게는 어떻습니까? 작가님 성게도 있습니까?

▶김선권 : 성게는 우리가 시장에서 먹는 보라 성게가 아니라, 게성게라고 있는데요. 조금 난이도가 있는 성게는 열심히 찾으면 한 시간에 2~30마리 정도 가능합니다. 물론 운이 작용하기는 합니다. 한 마리도 못 잡은 사람도 있는데. 한군데 몰려 있습니다. 포인트를 못 찾으면 허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고 난이도는 전복입니다. 재작년 저와 함께 갔었던 일행 10명이 모두 5마리 잡았습니다. 확률이 높다고는 할 수 없네요. 그런데 그 지역 주민들은 바위 밑에 손을 넣더니 한 마리 꺼내고…. 또 꺼내고…. 잘 잡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해삼을 손질해서 바닷물에 헹궈서 바로 먹었는데 식당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습니다. 

▷이호상 : 그러니까 스스로 잡아서 바로 먹는 해삼, 전복. 정말 신선하고 맛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만대항 근처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을까요?

▶김선권 : 만대항 주변에 횟집이 서너군데 있는데요. 다 잘 해요. 그런데 그중에서 오늘은 박속밀국낙지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호상 : 어렵네요. 다시 한 번요?

▶김선권 : 박속밀국낙지탕. 박속밀국낙지탕은 이원면 가로림만 개펄에서 삽으로 파서 잡은 낙지와 박에서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말랑말랑한 속살만 발라내서 무 대신 박속을 넣고 끓여 개펄낙지를 샤브샤브해서 먹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연포탕과 비슷한거죠.
그런데 만대항은 삽으로 파서 잡는 개펄낙지로도 유명한 지역입니다. 낙지를 잡는 방식은 이 지역에서는 능쟁이라고 하는 칠게를 넣어 미끼로 사용해서 통발로 잡는 방식과 개펄에서 낙지 구멍을 찾아서 직접 삽으로 파서 잡는 방식이 있는데, 통발에 잡히는 낙지는 산란을 위해서 개펄에서 나왔다가 잡히는 것으로 개펄에서 삽으로 잡는 낙지에 비해서 질깁니다. 
그리고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옛날엔 시골 초가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박은 단백질과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서 발육이 늦은 어린이나 임산부에게 특히 좋은 영양식품입니다. 이 두 개가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거죠.

▷이호상 : 정말 시원하겠는데요 작가님.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죠. 이름이 뭐라고요?

▶김선권 : 박속밀국낙지탕이라고 합니다. 

▷이호상 : 우리가 태안의 만대항에 가서 박속밀국낙지탕을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주에 더 좋은 곳 소개해주세요.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네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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