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상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후보 박영선 전 장관
더불어민주상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후보 박영선 전 장관

십여년 전, 가수 '프라이머리'의 '입장정리'라는 노래를 즐겨 들었던 때가 있었다. 좋은 친구에서 이제 연인이 되고 싶다는 절절한 심정을 담은 랩 곡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다이나믹듀오가 피쳐링한 곡의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연모의 마음을 숨겨왔던 화자는 "나 이제 네게 그 얘기를 하고 싶어"라며 뜸을 들이다 "네 주변에서 중심으로 가고 싶어"라는 고백을 비트에 실어 조곤조곤 쏟아낸다. 

청춘을 방황과 좌절, 눈물의 대서사시라고 말한 소설가가 있었던가. 나도 아주 어렵게 결혼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자리 한 가운데를 차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든 '주변에서 중심으로 간다'는 건 어찌나 어려운지. 아재가 된 지금,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인생을 늘 변방에서 머물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갑자기 인생 전체를 회고하게 됐느냐 하면, 요즘 인싸(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SNS '클럽하우스'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를 알게된 건 뉴스를 통해서였다. 화면도, 채팅도 없이 오직 '음성'을 기반으로 이용자들과 실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엿들을 수도 있다. 다만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청장(가입자 한 명이 2장만 나눠줄 수 있음)을 받아야하고, 아이폰 OS에서만 가동된다. 별볼일 없을 것 같지만, 그곳이 전세계 유명인사들의 놀이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트코인을 띄우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주커버그, 패리스 힐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클럽하우스가 뜨겁다. 유명인들이 워낙 전천후로 이용하고 있기에 해외에선 클럽하우스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단 것이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의 주류로 활동 중인 이용자들이 뉴스를 퍼나르고 있다. 앞으로 뉴스의 파급력은 주요 소통창구를 선점한 인싸들의 영향력, 즉 '인싸력'으로 결정될 수도 있겠다.

내가 인싸가 아니라고 해서, 초대장을 못 받았다고 해서 그들의 놀이터에 침을 뱉을 생각은 없다. 다만, 불현듯 드는 생각은 '클럽하우스'가 가진 배타성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설 연휴엔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주자인 박영선 후보가 같은 당 정청래 의원과 함께 클럽하우스에서 소통에 나섰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이 모이는 새로운 플래폼을 활용한 단순 이벤트였지만, 어떤 도구(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냐)를 사용하느냐로 걸러진, 기존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초대장을 쥔 이들만 접근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삶 전반에 민감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인이 메시지 창구로 사용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박영선 후보는 지난 12일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차별금지법'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기독교계 행사에서 차별금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말을 바꾼 것이다. 차별적 공간에서 차별금지법이 다뤄지다니 재밌는 일이다. 다만, 이같은 말이 진심이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 차별 속에 있었던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해마다 설 연휴가 되면,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들르거나,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찾아 위로하는 모습을 본다. 표심을 구하는 클리셰지만, 누군가는 그리운 고향을 찾을 때, 생존의 문제로 그조차 쉽지 않은 이들을 어루만지고 보살피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 믿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은 박영선 후보의 발언에도 기대를 걸어볼 일이다. 그래서 새해엔 정치가 화려한 조명 없이 어두운 클럽하우스 바깥을 비추기를 바라본다. / 박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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