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카 셰어링(Car Sharing : 차량 공유)'을 표방하는 단기 렌터카 업체 '쏘카'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얼마 전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30대 용의자가 채팅을 통해 만난 13살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범행 당시 쏘카의 차량을 이용했다. 그런데 경찰이 용의자 신상을 확인하기 위해 쏘카 측에 정보제공을 요청했지만, 쏘카 측이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발생하자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했다. "내부 매뉴얼에 따라 수사에 협조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도 앞다투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쏘카 측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에 가세하는 모양이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일견 쏘카라는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 부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재욱 쏘카 대표의 사과문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내부 매뉴얼'은 분명 수사에 협조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당시 경찰을 대응했던 직원이 이를 몰랐다는 의미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시 직원이 이같은 '내부 매뉴얼' 내용을 몰랐다면, 이 직원의 판단 기준은 아마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니었을까.

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에게 이용·제공의 목적을 고지하고, 동의를 받거나 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서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예외규정이 있긴 하다. 개인정보보호법 18조 2항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의 적용범위가 '공공기관'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즉, "개인정보처리자가 공공기관일 경우에만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할 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쏘카가 '공공기관'은 아니다. 그나마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공공기관들에게도 강제성은 없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에 쏘카의 잘못과 책임이 크다는 점, 기자도 동의한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심각했다는 점 역시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난이 위정자들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듯하다. "법에는 없지만 내부 매뉴얼엔 있었다면서, 왜 따르지 않았느냐!"고 외치는 건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다. 바로 그 법을 만들고 다듬어 법의 공백을 메꾸는 것. 그게 바로 법치주의 국가 정치인들의 임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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