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조계사 총무원 앞, 진보단체 소속 대학생들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사면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조계사 총무원 앞, 진보단체 소속 대학생들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사면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여권에서 ‘사면론’이 처음 나온 건 지난해 5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퇴임 기자회견장이었다. 누군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 방향을 물었다. 문 의장은 '통합'에 방점을 두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부의 장이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건 금물이다. 퇴임 시점에서 나온 본인의 지론이었을 것이다. 마침 문 의장 옆자리엔 유인태 당시 국회사무총장이 자리했었다. ‘아! 이것이 고참 선배들이 말하던 봉숭아 학당인가?’ 그때, 깜짝 놀란 한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문 의장은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성격상 못 할 겁니다.” 

  새해 벽두, 다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뜨겁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집권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당사자 반성과 국민 공감대’라는 조건을 붙이며 일보 후퇴했지만, 여진은 계속된다. 지난 5일 이낙연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했을 때도 ‘사면론’은 작은 소요를 일으켰다. ‘이명박근혜 사면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든 대학생들이 이낙연 대표의 등장에 맞춰 조계사에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종단의 퇴거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가 경찰에 제지됐다. 가람 바깥으로 밀려난 대학생들은 “전직 대통령 사면 검토를 취소하라”고 소리쳤다. 그때 총무원 안에선 이낙연 대표가 원행스님에게 ‘사면론’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서로 손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음의 손을” 

  시선은 이제 청와대로 옮아간다. 사면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이낙연 대표는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면서 조건이 갖춰지면 대통령에게 건의해 보겠다고 했지만, 국회에서는 물론, 9시 뉴스에서도, 심지어 절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봤을 때, 당분간은 대통령의 마음이 결코 편할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문 대통령이 신년인사회를 통해 신축년을 ‘통합의 해’, 특히 ‘마음의 통합’이 필요한 때라 일컬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문 대통령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문희상 전 의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던 ‘사면의 타이밍’이 신경 쓰인다. 그가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라고 말한 것이 어느덧 반년이 넘게 흐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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