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을 지날 때마다 따뜻한 호빵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운 계절이 됐다.

호빵이 태어난 건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다. 삼립식품 창업자 고(故) 허창성 회장이 개발해 1971년 모습을 드러낸 것. 

찐빵이야 그 전에도 이미 국민 간식으로 자리잡아 있었지만 가정에서도 쪄먹을 수 있는 호빵의 등장은 간식계의 혁명이 돼 버렸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먹는다', '온 가족이 호호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취지로 호빵이란 이름을 붙였다던가. 어려웠던 그 시절, 호빵은 서민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제공했다.

허창성 회장의 '빵 장사'는 둘째 아들인 허영인 현 SPC그룹 회장이 물려받았다. 

허영인 회장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충실히 새겼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와병 중이던 부친의 "그 옛날 크림빵을 다시 만들라"는 요구를 그대로 따랐고, 덕분에 1960년대의 인기 간식 '삼립 크림빵'은 지금도 상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제빵 산업은 문화 산업"이라는 아버지의 말도 새겨들은 것일까. 유명한 빵집들의 상호가 '당'으로 끝나던 1980년대, 허영인 회장은 이국적인 콘셉트의 빵집 '파리바게뜨'를 만들었다. 그리곤 어느새 업계 1위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허영인 회장이 자신이 키워 놓은 '파리바게뜨' 근로자들로부터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근태자료 조작 논란 때문이다.

SPC그룹 계열사 가운데 '파리크라상', '피비파트너즈'가 있다. '파리크라상'은 빵집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회사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에서 근무하는 제빵사 등을 직고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지난 2017년 불법파견과 임금체불 논란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워졌다.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탓에 불거져 나왔다. "인력 확충 없이 업무를 모두 소화하려면 주 52시간 근무를 지킬 수 없다. 결국 '피비파트너스' 회사 측의 선택은 근무시간 조작이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근무시간 조작이 몇몇 관리자들 선에서 내려진 결정인지, 사측에서 주도한 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해당 관리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 결과에 따라 고소·고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 허영인 회장도 직원들에게서 고소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허창성 선대 회장이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호빵과 크림빵의 맛, 회사의 성장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빵 한 조각을 통한 따뜻함과 행복 또한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제빵사와 관리자가 반목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그 파리바게뜨의 빵은 그 옛날 호빵처럼 따뜻할까. 선대 회장이 아닌, 허영인 현 회장의 '따뜻한 빵'을 먹고 싶어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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