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사과문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에 대해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과문에는 어떤 말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표현은 피해야 하는지 나열한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과할 때 쓰는 표현,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만’, ‘앞으로는 신중하게’는 하지말아야 할 말입니다. 대신 언제 어디서 무엇을 잘못했고,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으며, 얼마나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생각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야 합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물의를 일으킨 공직자나 연예인들이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꼭 참고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막말 논란과 그에 대한 사과를 보니, 이 게시글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 후보자는 4년 전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 사고에 대해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위탁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선 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이같은 막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청문회를 준비하며 인생 전반을 진지하게 되돌아봤고, 국민 마음과 아픔을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군과 유가족에게도 사과한다면서,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정책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변 후보자의 이같은 사과는 잘못됐습니다. 변 후보자의 사과에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과 그에 대한 인정이 빠졌습니다. 사과를 받는 이나 사과문을 접하는 사람 모두 변 후보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사과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 후보자는 자신의 막말로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에 대해서도 말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역지사지를 통해 잘못을 깨달았구나’ 하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근로 현장을 점검하고 하청,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다시 해야 할 듯합니다.

변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부조리한 방송제작 현장을 고발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한빛 PD의 아버지가 국회에서 12일째 단식 농성 중이었죠. 변 후보자는 약속도 없이 불쑥 농성장을 찾아가 자신의 실언에 대해 사과 했습니다. 농성 중이던 유가족들은 “사과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구의역 김군의 유가족”이라며 피해자를 찾아가라고 답했습니다.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을 찾지 않고 엉뚱한 사람들에게 무작정 고개를 숙인 변 후보자... 자신이 무엇을, 왜,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요? 막말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하는 법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걸로 보입니다. 장관은 정책을 잘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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