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출소 몇 달 전부터 그가 사회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세상은 술렁거렸다. 이 때부터였다.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선 조두순이 출소하면 직접 찾아가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이들이 올린 영상에는 자극적으로 표출한 분노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적개심만이 가득했다. "출소하면 내가 죽이러 가겠다", "직접 만나면 몇 대를 때려줘야 하나"라는 제목을 단 영상으로 우리가 갖는 사회적 공분을 부추겨 조회수 확보에만 혈안이 됐을 뿐, 왜 우리가 조두순에게 분노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어느새 저만치 뒤로 밀려있었다. 피해자 '나영이'와 그의 가족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배려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조두순이 출소하던 날에도 구치소 앞에는 수많은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모두 하나같이 한 손에는 셀카봉을 들고, 실시간 중계에 나선 이들이었다. 이들은 시민들과 한 데 뭉쳐 호송 차량에 달걀을 던지고, 심지어 차 지붕 위에 올라가는 돌발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핸드폰을 연결한 셀카봉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극적인 상황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유튜버'들은 조두순의 거주지로도 몰려들었다. 조두순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극적인 사적 보복은 이어졌다. 가스 배관을 타고 벽에 오르다가 연행됐고, 경찰 차량을 몸으로 막고 웃통을 벗어제친 이도 붙잡혔다. 이들은 결국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분노 여론에 힘을 얻어 공권력을 대신해 조두순을 응징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무모함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주민들이다. 조두순 근처에 사는 것도 불안한데 동네가 유튜버들의 '놀이터'가 되면서 피해가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소음 문제는 물론, 쓰레기 투기, 건물 무단 침입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낯선 이들이 몰려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도 모자라 이들이 시시각각 들이대는 카메라에 흠칫 놀라기 일수다. 최근까지 이와 관련된 민원 신고 접수만 모두 백여 건이 넘어섰다. 심지어 조두순 집 근처에서 촬영하는 유튜버에게 시끄럽다고 주민이 직접 항의하자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며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안산시는 "조두순을 흥밋거리나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유튜버들은 안산을 당장 떠나기 바란다"고 호소하며, 유튜브에 관련 영상 삭제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사회적 물의가 빚어졌음에도 '조두순을 혼내준다'는 뜻의 '조두순 참교육' 등을 키워드로 한 영상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직까지 이 상황에 편승해 한 몫 챙기려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조회수 장사에 혈안이 돼 기행을 저지르고, 자극적인 언어를 내뱉으며 자신들을 정의의 사도로 포장한다. 이 와중에 본래 목적인 시청자들에게 후원금을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이 정당화 될 수 없고,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자신이 제공한 것에 대해 상응하는 댓가를 받는 것만이 애초에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조두순을 단죄한다는 그럴싸한 핑계로 돈벌이에 치중하면서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제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나영이네' 가족은 이사를 마쳤다. 안산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고 한다. 나영이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을 잊고 건강하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심정을 전해왔다. 나영이 주치의이자 후견인 역할을 하는 신의진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보통 사람처럼 건강하지는 않지만 나영이는 지금 대학생활을 너무 잘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나영이는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끝까지 주변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는 당부도 전했다. 유튜버들의 도를 넘는 행태가 누군가의 일상을 파괴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한다. 미디어가 갖는 파급력이 클수록,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책임 없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된 지금 시점에서 근본적인 범죄 예방 정책, 피해자 지원 정책 등과 더불어 이와 같은 피해를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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