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외벽 '서울꿈새김판'
서울시청 외벽 '서울꿈새김판'

  지난 일요일, 마침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평소였다면 한갓진 휴일 오전이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여권에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나선 것이다. 국회 기자회견장엔 ‘서울, 다시 시작’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걸개가 벽을 덮었다. 연단에 선 우상호 의원은 비장했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인의 임기는 1년. 당선된다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들을 잘 매듭짓고, 앞으로의 서울시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86그룹’의 맏형격인 우상호 의원은 그날 아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을 보면서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섰던 당시가 떠올랐다고 한다. 눈은 몇 시간 날리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던 방법을 고민했던 때가 스쳤단 것이다. 

  세밑이 다가오면서 내년 보궐선거를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여권 후보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은 단연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다. 우상호 의원도 자신의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박영선 장관을 꼽았다. 박영선 장관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더 당겨진 ‘2차 개각’ 명단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출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박 장관은 ‘차기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자질’을 묻는 질문에 “푸근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푸근함’은 유독 박 장관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경선 당시엔 ‘푸근한 마음’이 슬로건이었고, 2016년 비상대책위원으로 있을 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엄마처럼 푸근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며 ‘푸근함’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박영선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2파전, 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박주민 의원까지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사퇴를 표명한 시점이 오묘하다. 민주당 후보 경선엔 권리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승부로 권리당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있는 추 장관이 선거에 나선다면 전체 지형도가 바뀔 수도 있다. 문제는 추 장관을 둘러싼 저간의 일들로 인한 정치적 피로감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전임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한 충격과 맞물려 있는 이번 보궐선거에 추 장관의 출마는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추 장관이 등판하기를 기다린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년 4월 선출될 새 서울시장의 지상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이다. 실물경제의 생기를 자본시장이 마치 흡수라도 하고있는 것처럼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지만, 다른 쪽에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우선 보급되고 있는 백신이 유일한 출구다. 우리 정부의 백신 공급 계획을 보면 내년 보궐선거와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도 첫 접종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 서울시장의 임기는 상처 입은 도시의 본격적인 치유와 함께 시작될 것이다. 민주당에선 어떤 후보가 서울시민들을 만나게 될까. 눈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은 후보? 푸근한 봄 같은 후보? 그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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