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6일 각산스님 초청 명상힐링콘서트에 앞서 축사를 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6일 각산스님 초청 명상힐링콘서트에 앞서 축사를 했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국회 예결위에서 현 수서역에서 삼성역으로 가는 SRT분기설 건설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삼성역 고속전철 도입을 망설였던 정부가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이제 강남 한복판에서 SRT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 발표 이후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삼성역 고속철 도입은 57만 강남구민 뿐만 아니라 남북평화시대를 대비한 국민적 염원이자 국가의 백년대계라며 정부의 결단을 반겼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와 강남구청의 환영이 있기 전,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정순균 강남구청장과 만나게 됐다. 정 구청장이 모 언론 기자 출신 언론계 대 선배라는 것만 알고 나갔는데, 기자라면 강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삼성역 SRT 도입의 필요성을 대해서 자세히 듣게 되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할 수는 있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GBC 건설과 무역센터 앞 14차선 도로, 지하복합도시 건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에 대해 관할 구청장에게 직접 그 의미와 설명에 들으니 미래 강남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특히 정 구청장은 과거 서울역이 우리나라 교통의 대명사였다면, 앞으로는 삼성역이 한반도 교통의 중심지로 거듭날 거라고 강조했다. 설명을 다 듣고 기자는 정 구청장에게 앞으로 강남이 세계적 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처럼 강남에도 요가와 명상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필자는 지난 2016년, 강남 참불선원장 각산스님 등 조계종 선원수좌회복지회 스님들의 미국 명상센터 방문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다. LA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과 뉴욕 등의 산재한 10군데의 명상센터를 911일간의 일정으로 답사했는데,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곳이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였다. 일본 조동종의 스즈키 순류 스님이 개원한 이곳을 통해, 아시아 선불교의 전통이 미국 내 뿌리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구 국가 중에서 동양의 선과 선원을 제일 먼저 받아들였고 이를 대중화 시켰다. 그리고 선의 단순 명료함과 간결성은 물질문명의 번영 속에서 평화와 자연을 외쳤던 히피 문화와 맞물려 '젠(Zen)'으로 각인 돼 세계로 퍼져 나갔다. 샌프란시스코 젠센터 방문 당시 조동종의 승복을 입고 삭발을 한 미국인 주지스님과 홍보담당자는 우리나라에서 온 선승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센터 곳곳을 둘러볼 수 있게 허락했다.

2016년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주지 
2016년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주지 

미국인 주지스님은 짧은 시간이지만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홍보 담당자에게도 이것저것 물어 볼 기회도 얻었다. 당시 홍보 담당자에게 어쩌면 무례한 질문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도 도심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이곳은 어떤지 물었다. 그 때 주지스님 처럼 일본 승복을 입은 홍보 담당자는 196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는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였으니깐 젠 센터 건립이 가능했지 지금은 하면서 살짝 웃으며 답변을 마무리 했던 게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난다. IT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로 인해 살인적인 집값으로 악명 높은 샌프란시스코가 히피와 선불교 전통의 발원지라는 점은 아이러니 하지만, 오히려 정신문명이 드높았던 곳이었기에 자유와 혁신이 가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고인이 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븐 잡스 또한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세운 스즈키 순류 스님이 쓴 선심초심에 감명을 받았고, 막대한 부를 이룬 뒤에도 선방처럼 집안을 텅 비우고, 선승처럼 검소한 옷차림으로 평생을 살았다. 미국 뉴욕에 요가가, 샌프란시스코에 명상이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정보통신 기기에 의해 24시간 외부와 접촉하는 현대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요가와 명상일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제어하며 집중하는 요가와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면을 관조하는 명상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뛰어난 통찰을 선보이며 많은 독자들을 거느린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또한 24시간 중 22시간은 분주한 일상에 사로 잡혀 있지만, 하루 2시간의 명상이 여러 저서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빌딩숲으로 뒤덮인 도심 속 천년고찰 봉은사 일대 삼성역은 앞으로는 더욱 번화하고 집중화 될 것이다. 물질문명이 더욱 번성할수록, 강남이 더욱 발전할수록, 1226년 전 신라의 고승 연희국사가 창건한 봉은사는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것이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상호 영향을 미치며 공존 하듯이,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한다. 천년의 정신문화가 깃들여 있는 강남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머지 않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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