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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BBS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코로나19 마음방역 캠페인 - 귀로 즐기는 서울 여행' 순서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명승지를 기자가 직접 찾아 현장의 소리와 함께 마음방역하는 시간이죠. 네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도 자칭 여행전문이고 싶은 기자죠, 사회부 유상석 기자와 함께 자리했습니다.

유상석 기자, 어서오세요~

 

< 리포터 >

네, 안녕하십니까? 유상석입니다.

 

< 앵커 >

‘귀로 즐기는 서울 여행’, 오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 리포터 >

네. 오늘은 한강을 건너 서초구 쪽으로 가 보겠습니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한 곳, 서초동 법원, 검찰청 주변을 둘러보는 순서가 될 텐데요.

법원 청사와 검찰 청사, 그리고 법률 사무소 등이 몰려있는 이른바 법조타운 일대. 내부적으로는 어수선하고 복잡합니다만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도 오늘 이 시간만큼은 일하는 기분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 앵커 >

좋습니다. 그럼 이번 여행, 어디서 시작하나요?

 

< 리포터 >

네. 반포동에 있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서울의 관문이라고 하면 공항이나 철도 역 등을 먼저 떠오르는 청취자 여러분이 많으시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로교통의 관문이라면 고속버스터미널이 대표적일 겁니다.

고속버스터미널이 서초구에 마련된 건, 강남 일대 개발이 진행되기 시작하던 무렵인 1976년입니다. 그 전에도 고속버스가 운행되고 있긴 했습니다만, 막상 고속버스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하기가 좀 복잡했다고 합니다. 운수업체에 따라서 서울역 앞, 종로, 그리고 동대문 인근 등 출발 장소가 각자 달랐기 때문인데요. 시설도 열악해서 승객 대합실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서 터미널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이렇게 서초구 반포동에 종합터미널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서울 인구의 대부분이 강북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고속버스들은 일단 기존의 출발지점에서 승객을 태운 뒤, 강남터미널을 중간 경유지로 거쳐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합니다.

 

< 앵커 >

그렇게 되면 이 터미널은 사실상 중간 정거장이면서 차고지라는 의미 밖엔 없는 상황이 됐었겠네요.

 

< 리포터 >

그렇습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서울시 측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만 승객을 태우고 내리도록 해라. 이 지시를 위반하면 운행정지나 사업면허 취소까지도 내리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리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80년대로 넘어가면서 강남 일대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도 형성되면서 지금처럼 자리잡게 됐다고 하는데요. 지금 영남 방향 노선들이 주로 출발하는 ‘경부선 터미널’은 1981년에, 호남행 노선들이 주로 출발하는 ‘센트럴시티’는 2000년에 완공돼서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고도의 경제개발 시대에 전국 각지를 연결했으며, 동시에 우리나라 고속버스의 역사를 한 몸으로 집약해 보여주고 있는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인데요, 여기를 지날 때마다 그 역사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보면, 더욱 매력적인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인서트 - 책장 넘기는 소리]

 

< 앵커 >

자 다시, 발길을 옮겨볼까요? 이건 책장 넘기는 소리죠? 어디인가요?

 

< 리포터 >

네. 우리나라 지식 정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입니다.

원래 국립중앙도서관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 소공동, 지금의 롯데백화점 본점 주차장 인근에 개관했습니다. 하지만 장서와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1974년 남산 옛 어린이회관 자리로 이전했는데요. 그렇게 이전한 자리도 협소해지는 문제가 생기고, 또 계단이 많은 산 중턱에 장서와 자료들을 옮기고 보관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1988년에 다시 한 번 옮긴 곳이 지금의 위치입니다.

도서관은 사실 여행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곳이긴 합니다. 하지만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해 계속 걷다보면 지치게 되는데요. 잠깐 들러서 쉴 만한 위치가 되겠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으로 지금은 무기한 휴관 상태라는 점, 그리고 다시 개관하더라도 내부 자료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도서관 외부로 자료를 대출하거나, 개인 자료를 가져가서 공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 미리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인서트 - 산비둘기 소리]

 

< 앵커 >

이건 새 소리죠? 서초구에서 새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네요? 어디죠?

 

< 리포터 >

네. 새 소리 뿐만 아니라, 토끼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인데요, 원래 이곳은 아까시나무가 우거진 그냥 평범한 야산이었습니다만, 2000년대 들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서초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배수지를 조성하게 됩니다. 그 공사를 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원을 함께 만들자...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몽마르뜨 공원입니다.

그렇다면 왜 여기에 프랑스 느낌이 나는 이름 ‘몽마르뜨’가 붙었을까요? 이 공원 근처에 있는 ‘서래마을’이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잖습니까? 그렇다보니 이 근처 길에 ‘몽마르뜨길’이라는 별칭이 붙었는데요, 공원 이름도 거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공원 내부에는 프랑스에 실제로 존재하는 명소죠. 몽마르뜨 언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요, 몽마르뜨에서 활동했던 고흐, 고갱, 피카소, 르누아르 등 예술가들의 조각상도 있습니다.

상당히 어수선하고 복잡한 서초동입니다만, 이런 서초동에도 마음 속 작은 쉼터가 하나 있는 것, 아주 괜찮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서트 - 군가 ‘멸공의 횃불’ 전주]

 

< 앵커 >

누가 들어도 군가인데요. 왜 이런 군가소리가 들릴까요? 여긴 또 어디죠?

 

< 리포터 >

법원/검찰청사에 가까워지면서 나는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좀 덜해졌습니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 근처를 지나면 시위대가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곤 했습니다.

비장한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이 ‘멸공의 횃불’ 같은 군가를 시위대가 틀어놓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기는 법원/검찰청사입니다.

 

< 앵커 >

법원도 여행과는 별로 관계 없어 보이는 장소인데요. 굳이 소개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리포터 >

네. 이 가운데 서울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이 입주한 ‘서울법원청사’를 소개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1989년에 세워진, 비교적 젊은 건물입니다만, 지난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는데요. 

세운상가와 국회의사당 등을 지으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이름을 알린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법원이라는 공간의 균형적 공정성을 나타내기 위한 조형적 의도가 반영된 작품인 만큼, 보존 가치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건물의 높이를 감싸는 거대한 원형 기둥군과 창문이 주는 수직성, 동관과 서관으로 동선이 분리돼 공간적인 위계질서를 보여주는 점 등이 법원의 권위를 나타내고요, 그러면서도 법원이 지니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상징하기 위해 전체를 좌우대칭으로 처리한 게 이 건물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동안 몰랐는데, 이 코너를 위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 앵커 >

오늘의 여행은 여기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유상석 기자, 수고했습니다.

지금까지 BBS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코로나19 마음방역 캠페인 - 귀로 즐기는 서울 여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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