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여행스케치 시간입니다. 전국 여행지 곳곳을 소개하는 코너죠.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 연결돼있습니다. 작가님, 나와계시죠?

▶김선권 :  안녕하십니까. 여행을 그리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오늘 어디로 가볼까요?

▶김선권 : 언제부터인가 걷기가 새로운 여행의 트렌드가 되었는데요. 삭막한 도심의 길을 걷기보다는 바람과 어울려 속삭이는 숲과 물과 산새 소리 들으며 걷는 자연 속의 걸음은 한결 가볍고 여유로운 시간이 되겠죠. 아울러 문화 산책도 곁들이면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곳으로 상당산성 성곽길을 권해드립니다. 청주시민의 힐링 로드이자 연인들의 러브 워크라 할 수 있는 상당산성 성곽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특유의 운치가 넘쳐납니다. 특히 어느 계절이 좋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각각의 매력이 넘쳐서 항상 새로운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이호상 : 상당산성, 작가님 상당산성은 제가 작가님보다 더 많이 알 것 같은데요? 제가 깊이는 없습니다만 그만큼 자주 간다는 의미에서 말씀 드린거고요. 청주시민들에게 정말 친숙한 곳이죠. 작가님께서 이 곳을 어떻게 소개해주실 지 기대가 되는데요?

▶김선권 : 현재 전국적으로 산성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청주 상당산성만큼 보존이 잘 돼 있는 산성도 흔치는 않다는 생각이에요. 상당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의 상당현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둘레가 4㎞나 되는, 그래서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여가 소요되는 거대한 포곡식 산성입니다. 

▷이호상 : 포곡식 산성이요? 앞서 제가 작가님보다 산성에 대해 더 많이 알 것 같다고 말한 것 취소하겠습니다. 지금 역사를 말씀하시는 것부터 제가 여기서부터 막혔습니다. 포곡식 산성이라는게 무엇인지 먼저 설명해주신다면요? 

▶김선권 : 산성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되는데요. 험준한 지세를 이용해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연결하는 포곡식(包谷式) 산성과 산 정상부를 둘러서 쌓아 마치 산이 왕관을 쓴 형태로 보이는 태뫼식 산성이 있습니다. 상당산과 우암산의 험준한 산세를 연결해 쌓은 상당산성이 대표적인 포곡식 산성이고, 단양 온달유적지에 남은 온달산성이 있어요, 위에만 둘러있잖아요. 그 온달산성이 대표적인 태뫼식 산성입니다. 

▷이호상 : 그러니까 작가님, 산당산성이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해서 포곡식이다라는 말씀이시군요. 

▶김선권 : 네, 계곡을 연결하는거죠. 그리고 보통 성에는 동서남북 네 개 방향에 성문이 존재하는데, 상당산성의 북쪽은 산세가 너무 험해서 성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쪽의 공남문, 서쪽의 미호문, 동쪽의 진동문이 있는데, 이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곳은 공남문이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남문에서 보통 트레킹이 시작되죠.

▷이호상 : 작가님 설명을 들어보니까 정말 제가 개인적으로 창피하단 생각이드네요. 너무 자주 가는 산성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걷기만 했었던 이런 기억이 나는데요. 공남문이라고 설명을 해주셨어요. 공남문의 의미를 설명해주신다면요? 

▶김선권 : 공남문은 홍예문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홍예문(虹霓門)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한자가 무지개 홍(虹)에 무지개 예(霓)자를 드는데, 문의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만든 문으로 수직하중을 잘 견디기 때문에 다리를 만들 때도 교각으로 많이 쓰입니다. 그리고 공남문에 들어서기 전에 성문 왼쪽의 무사석을 보면 그 당시 산성 관리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관련자의 이름은 공남문뿐만 아니라 동북암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학창 시절 교실 문 위에 ‘정 이호상 부 김선권’ 이렇게 써 놓았잖아요. 이거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동북암문에 새겨져있는 것은 양씨 성이 가진 분이 계신데, 그 분이 이인자의 난에서 반란을 꾀했던 분입니다. 그래서 후손들이 이름을 지웠어요. 지운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남문에 들어가서 천장을 보면 주작(朱雀)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작은 청룡(靑龍) ·백호(白虎) ·현무(玄武) 등과 함께 하늘의 4신(四神)입니다. 이들 4신은 하늘의 사방(四方)을 지키는 신인데, 우리가 흔히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잖아요. 여기서 좌우는 임금님의 기준입니다. 임금님은 편전에서 항상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계신데요. 그래서 좌는 동쪽이고 우는 서쪽이 됩니다. 따라서 동쪽의 수호신은 청룡, 서쪽의 수호신은 백호가 되지요. 북쪽의 수호신은 현무 그리고 주작은 남쪽의 수호신입니다.

▷이호상 : 좌청룡 우백호가 임금님 기준이었다고 어설프게 알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선권 : 그렇죠. 모든 게 임금님 기준이죠. 공남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쪽에 또 다른 성벽이 있습니다. 이것을 내옹성이라고 합니다. 내옹성은 적군의 공격으로 성문이 열렸을 경우 결사 항전을 위한 시설입니다. 최후의 보루인 셈이죠. 그리고 공남문 위 성루에서 내려 보이는 공남문 앞 잔디광장은 2006년 태왕사신기에서 주인공 담덕이 화살을 맞는 장면 등을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호상 : 아 여기서 했습니까?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이호상 : 전혀 몰랐네요. 우리는 흔히 저도 마찬가집니다만 시민들이 도시락을 싸서 들고 소풍을 가는 곳, 함께 트레킹 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갔었는데 그런 곳이군요. 
 
▶김선권 : 드라마 촬영장소가 청주에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 공남문이 산행의 시작점이 되어 시계방향으로 걷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곽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치성이 있습니다. 치성은 성벽의 바깥으로 툭 튀어나오게 덧붙여서 쌓은 벽을 말합니다. 그리고 치성에 누각이 있는 경우에는 ‘포루’라고 합니다. 저는 치성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덧니처럼 튀어나온 모습을 보고 치아를 말할 때 사용하는 이 치(齒)자를 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꿩이 몸을 웅크리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꿩 치(雉)’자를 써서 ‘치성’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치성에서 공남문 쪽을 바라보면 공남문까지 이어진 성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적군이 성벽 아래로 접근하면 성벽 위에서는 잘 내려다보이지 않겠지만, 튀어나온 치성 부분에서는 성벽 아래의 상황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성은 적을 3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공격형 시설입니다. 치성은 고구려 성의 특징입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 하면 생각나는 것이 ‘활’이잖아요. 치성 간의 간격은 활의 유효사거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치성에서 활로 공격하면 성곽에 기어오르는 적을 막기가 훨씬 쉽죠. 칼만 이용하는 공성전이라면 치성은 큰 의미가 없는 시설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활의 민족인 우리에게는 아주 유용한 시설입니다. 

▷이호상 : 역시 우리 민족의 특징 활을 빼놓을 수 없죠. 

▶김선권 : 네, 그렇죠. 우리 양궁에서도 항상 메달은 따놓고 하잖아요. 치성을 지나자마자 성곽길에서 살짝 내려오면 서남암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암문은 전쟁 중에 적군 몰래 우리 편과 연통하기 위해서 드나드는 문을 말합니다. 적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면 곧바로 폐쇄하기 위해 암문 안쪽에는 돌을 쌓아 두기도 합니다. 상당산성에는 2개의 암문이 있으니 이 암문을 찾아보는 것도 성곽길 걷기의 재미 중 하나가 될듯합니다.

▷이호상 : 이 암문은 제가 본 듯합니다. 치성, 암문 보통은 그냥 지나쳤던 것 같고요.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좋을 듯 하고요. 이번 주에 꼭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원하는 만큼 걸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상당산성 아니겠습니까? 

▶김선권 : 산성을 돌고 내려오면 자연마당이라는 정원이 펼쳐집니다. 이 정원을 ‘목논’이라고 하는데요. 목논이란 물을 괴어두는 논을 말합니다. 현재 이곳은 경작을 하지는 않고, 습지로써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마치 영주 무섬마을처럼 외나무다리가 연결되어 있는데, 인생샷을 남기기 좋은 장소입니다. 

▷이호상 : 맞아요. 작가님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만 이거 꼭 여쭤보고 싶습니다. 상당산성 가면 근처에서 이것만은 꼭 먹어봐야된다 어떤 걸 추천해주시겠습니까?

▶김선권 : 상당산성의 안쪽에 이르면 구수한 콩 내음이 풍기는 두부 마을이 있습니다. 트레킹 후에 구수한 콩으로 빚어낸 두부, 청국장, 비지장 등 각종 콩 요리와 막걸리 한잔하면 산행에 피로가 풀리면서 행복이 밀려옵니다. 

▷이호상 : 작가님 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곳을 추천해주실지 알았습니다.

▶김선권 : 대부분 제일 좋아하는 장소죠. 

▷이호상 : 저도 이번 주말에 꼭 다시 한번 가서 상당산성의 의미도 되새기고 막걸리 한잔 먹고 싶네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 주에 다시 좋은 곳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작가 김선권 작가였습니다. 오늘은 청주 상당산성으로 떠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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