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김선권 여행작가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여행스케치 시간입니다. 전국 여행지 곳곳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합니다. 김 작가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십니까.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바로 들어가죠. 오늘은 어디를 좀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지난주에 강원도 고성의 민통선을 넘어가서 통일전망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어렵게 넘은 민통선인데 통일전망대 하나만 보고 나오기는 아쉽잖아요. 그래서 통일전망대에서 남쪽으로 약 1km 거리에 있는 DMZ박물관으로 가보겠습니다. DMZ박물관은 역사, 전쟁과 관련된 8,3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박물관이자 민통선 내에 있는 유일한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은 비무장지대 DMZ의 역사와 생태적 가치가 있는 자원들을 기록·전시·보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호상 : 이게 민통선 안에 박물관이 있으리라고는 저는 전혀 예상을 못했었는데, 또 위치의 문제 때문에 아무래도 방문이 조금 제약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김선권 : 네. 통일전망대에 가기 위해 쓰는 방문증으로 함께 방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재작년부터 입장료도 없어졌습니다. 무료입니다.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랜 시간 동안 휴관했다가 한 보름쯤 전에 다시 개관했습니다. 가면 건물구조가 특이해서 박물관 입구로 들어가면 그 곳이 1층이 아니라 2층입니다. 2층에는 사진 전시를 주로 하는 전시장과 체험장 그리고 DMZ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전시관에 딱 들어서면 복도 천장에 매복해서 관람객을 노리고 있는 북한군 조형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복을 모르고 지나치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어쩌면 이 전시물이 우리의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조금 오싹해짐을 느낍니다. 2층에는 전쟁 관련 사진, 전쟁 때 사용되었던 각종 무기, 미군 포로가 가족에게 쓴 편지, 종전선언문 등 6·25전쟁에 관한 여러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 동선은 3층으로 이어지는데 3층에는 6·25전쟁 때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그리고 우리가 사용했었던 각종 삐라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호상 : 삐라요? 저희 어릴 때 삐라 참 많았는데, 이 삐라를 주워다가 경찰서에 가져다주면 책받침도 받고, 연필도 받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삐라가 있죠? 

▶김선권 : 네, 북한은 최근까지 꾸준히 뿌리고 있고요. 우리는 정부 차원에서는 6·25전쟁 때만 뿌렸는데, 그 후에는 민간단체에서 계속 뿌리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뿌렸던 삐라를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뿌렸던 것도 유치하긴 마찬가지인데, 1980~90년대에는 주로 연예인 사진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을 무단으로 사용한 거지요. 지금 같으면 초상권으로 소송을 당하고, 여성단체에서도 들고 일어날 만한 사진들이 대부분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삐라 관람이 끝나고 나면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소망엽서를 쓰는 곳이 나옵니다. 자신의 소망을 엽서에 써서 나무에 다는 건데요. 이 소망엽서가 달린 평화나무가 자라서 평화의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소망의 내용은 남북평화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요, 가족의 건강과 연인 간의 사랑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북한 땅을 사고 싶다는 부자의 소망도 있고, 반면에 “칼퇴근”을 소망하는 안타깝고도 소박한 소망도 있습니다. 

▷이호상 : 아, 북한에 땅을 투자하는 것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사실 이게 아이들과 함께 DMZ박물관에 가서 이런 관람을 한다면 정말 산 역사의 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체험장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선권 : 네, 박물관 마당에는 철책선 걷기 체험장이 있습니다. 이 철책은 1960년대부터 2009년까지 동부전선 남방한계선으로 실제 사용되었던 구형 철책으로 2010년에 이 구형 철책이 신형 철책으로 교체되면서 철거된 것을 이전해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옮겨져 설치된 이중철책 250m는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의 약 1/1000에 해당합니다. 철책에 설치된 각종 표지판은 DMZ박물관에서 군부대에 새 표지판을 설치해주는 조건으로 낡은 것을 가져왔다 합니다. 그리고 군번줄 만들기, 티셔츠 만들기, 머그컵 만들기, 에코가방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체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가장 박물관의 의미에 가장 부합한다 할 수 있는 군번줄 만들기를 체험했습니다. 숫자와 알파벳 활자를 이용하여 한 글자씩 망치로 두들겨 직접 새기는 체험인데, 살짝 때리면 글씨가 잘 안 보이고 너무 강하게 때리면 구멍이 나기도 해서, 섬세한 망치질을 요구합니다.

▷이호상 : 최근에 저희 주변에 보면 아직도 군번을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말이죠.  

▶김선권 :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밀이긴 한데 모든 비밀번호가 군번입니다. 

▷이호상 : 그렇군요. 그럼 아빠와 함께 가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김선권 :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갔었던 어른들도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같이 체험하던 동료들이 서로의 것을 비교하며 서로 자기가 더 잘했다며 자랑도 하고요. 체험을 하던 그 순간만은 동심으로 돌아갔었습니다. 강원도 고성군의 민통선 투어는 통일전망대, DMZ박물관을 보고 한 군데를 더 들러야 완성됩니다. 민통선 투어의 마지막 여정, 제진역입니다. 제진역은 최북단 역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최남단 역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역입니다. 제진역은 대한민국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동해북부선의 역으로써 분명 대한민국에서는 최북단에 있는 역입니다. 하지만 동해북부선은 북한으로만 연결되어 있고 아직 우리나라로는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동해북부선의 최남단에 있는 역이기도 합니다.

▷이호상 : 약간 희한하네요. 우리나라에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철도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말씀이시죠?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제진역은 민통선 안에 있어서 예전에는 군의 허가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제진역에서 북쪽으로 다음 역은 감호역인데 시험 운행을 한 적도 있습니다. 2007년 5월의 일이었는데 딱 한 번 달렸습니다. 금강산역에서 출발한 북한 열차였습니다. 그때 우리 열차는 서쪽에서 경의선을 타고 개성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제진역의 역사 내부를 출경장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공항에서는 출국장이라고 부르잖아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출국’이란 말 대신에 ‘출경’이란 말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넘어간다 즉 다른 지역으로 감을 의미합니다. 북한과 남한은 다른 나라가 아니고 경기도와 강원도처럼 다른 지역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호상 : 그렇군요. 작가님, 시간 때문에 먹거리 하나 꼭 이것은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선권 : 바닷가는 당연히 생선회를 소개해보겠습니다. 거기 보면 여러 군데가 있는데 저는 대진항에서 거진항으로 가는 길에 대진항 해상공원을 바로 지나서 있는 대진항 어촌계 회센터라고 어촌계 회원들이 모여서 하는 곳이 8군데가 있어요. 그중 한 군데를 주로 이용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물이 찰수록 생선회의 맛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북단 대진항에서는 광어는 물론 돌돔, 돌참치, 마르미, 전복치 등 다양한 어종의 생선회를 만날 수 있는데 그 맛이 아주 좋습니다. 

▷이호상 : 지난주에 소개해 주셨던 도치알탕도 좋고 생선회도 좋고 아이들과 한 번 갔으면 좋겠네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 주에 또 더 좋은 곳 소개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였습니다. 오늘은 DMZ박물관으로 떠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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