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여행스케치 시간입니다. 전국 여행지 곳곳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행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합니다. 김 작가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십니까.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오늘은 어디를 좀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우리가 갈 수 있는 이 땅의 끝, 휴전선 남쪽 최북단에 있는 강원도 고성의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 통일전망대로 가보겠습니다. 흔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민통선 여행입니다. 북위 38도를 훌쩍 넘은 위치,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는 금강산과 동해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이면서 우리나라가 아닌 듯한 곳입니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방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입장권을 구입한 후 정해진 시간에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승용차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모습은, 평소 자유를 만끽해서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 우리에겐 낯선 풍경입니다.

▷이호상 :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절차가 필요하겠죠. 좀 복잡하고 번거롭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통일전망대…. 어떤 곳이죠?

▶김선권 : 통일전망대는 분단 현실이 발아래 펼쳐져 있는 곳으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되새기고자 1984년에 지어졌으며, 이후 수십만 명의 실향민과 관광객이 찾아와 이산의 상처를 달래고 통일을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해맞이통일전망타워가 신축되고 기존 통일전망대는 북한 음식 전문점으로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거나, 대한민국에 있는 그 어느 땅보다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본 그 어떤 장소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것만으로 여행의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호상 : 그렇죠. 통일전망대는 지금은 갈 수 없는 우리 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곳이죠.

▶김선권 :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땅과 북쪽 땅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르지 않은 땅을 사람들의 생각이 갈라놓아 왕래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호상 : “다르지 않은 남과 북의 땅을 사람들의 생각이 갈라놓았다.”라는 작가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김선권 :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에 계단을 오르면 계단 옆에 비행기가 한 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옆에는 공군 351고지 전투지원작전 기념비가 있는데, 351고지는 한국전쟁 때 국군과 인민군이 휴전 직전까지 뺏고 뺏기며, 30여 차례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전쟁 동안 출격한 전투기의 25%가 이 전투를 위해 출격했으며 전투하는 동안 무려 산의 높이가 366m에서 351m로 낮아졌다고 하니 얼마나 처참한 전투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351고지는 북한에 있어요.

▷이호상 : 산의 높이가 낮아질 정도의 치열한 전투, 정말 비극이었습니다.

▶김선권 : 비극은 종전이 아닌 정전이 되면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군인들이 아닌 일반 국민의 일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북녘땅이 아닌 남방한계선 아래쪽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물체를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그냥 보아서는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망원경으로 보아야 하는데, 작업 중에 대전차 지뢰에 의해서 파괴된 포크레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25전쟁 이후 전·후방에 매설된 지뢰로 인한 누적 피해자 수는 1,0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민간인이 약 80%나 된다고 합니다. 전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 우면산에도 유실된 대인지뢰가 8기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상당수가 매설되었으며 여름철 장마에 워낙 가벼운 무게 때문에 폭우에 유실되어 휴가철 피서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름철 해안가나 계곡에서 작은 원통형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체를 본다면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이호상 : 지뢰 하나를 생산하는 데는 3불이 들지만, 제거하는 데는 1천 불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인지뢰라고 하는 값싸고 간편한 대책은 우리와 후손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김선권 : 비무장지대에서 가끔 화재가 발생하는데, 북한군들이 식량부족으로 인해 북한군 GP에서까지 농작물을 경작하기 위해 화전을 일구는 과정에서 불을 잘 못 질러서 큰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산짐승들이 다니면서 지뢰를 밟아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호상 : 인간의 잘못된 선택이 동물과 자연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네요. 그런데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북한의 풍경은 어떤가요?

▶김선권 : 금강산이 가깝게는 16km, 멀리는 25km 정도 거리로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라고 하는 구선봉 끝으로 이어지는 동해바다는 금강산 풍경만큼이나 바다 절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해금강이고 부릅니다. 해금강에는 현종암, 복선암, 만물상, 부처바위, 사공바위, 외추도 등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으며 대남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북한의 위장마을인 입석리와 말무리 반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날이 맑으면 전망대 망원경으로 금강산 신선대, 옥녀봉 등 금강산을 볼 수 있습니다. 쌍안경을 통해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고 해금강도 바라보지만,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모습과 비교가 될 리가 없습니다. 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애틋해지는 곳, 통일전망대에 오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통일이 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금강산 여행이라도 재개가 되어서 남북한의 교류가 다시 시작되기면 좋겠습니다.

▷이호상 : 고성군이 금강산 여행의 교두보였죠. 생각해보니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성군의 지역경제가 많이 위축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선권 :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해변, 수려한 산세, 오래된 사찰 등 관광자원이 많은 곳인데도 금강산관광의 경유지로만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통일전망대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진기한 풍경이 있습니다. 3대 종교시설이 한자리에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북쪽을 향해 손을 모으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과 자애로운 모습의 미륵불이 한눈에 보여 종교인이 아니더라고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또 전망대 입구에 있는 최북단 개신교 교회에서는 매일 통일을 위한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방문객들이 각자의 종교시설에서 잠시나마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모두가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 그때를 기다려 봅니다.

▷이호상 : ‘통일전망대에 가면 근처에서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 이런 것도 있을까요?

▶김선권 : 통일전망대에 북한음식전문점이 개업하면 반드시 들러봐야겠지요. 그런데 아직 리모델링 중이니 최북단 대진항으로 가보겠습니다. 대진항으로 가셔서 생선탕을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주로 물곰탕, 대구탕, 삼식이매운탕, 도치알탕을 많이 먹습니다. 요즘은 계절적으로 도치가 나오는 시기인데 도치알탕이 참 별미입니다. 대진항에는 특히 생선탕을 잘 끓이는 식당이 두 군데 있는데 마치 대진항 부둣가에 쌍둥이처럼 나란히 붙어서 영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이곳까지의 거리가 200km가 넘는데 올해 이 두 식당에서 먹은 식사 횟수가 적게 잡아도 20회는 되는듯합니다.

▷이호상 :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 또 멋진 곳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지금까지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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