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여행스케치 시간입니다. 전국 여행지 곳곳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행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합니다. 김 작가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십니까.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네, 작가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인데요. 오늘은 어디를 좀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불과 며칠 사이에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잖아요. 이제 곧 눈도 오겠죠? 눈이 내리면 더욱 좋은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눈이 내리지 않아도 하얀색만 존재하는 곳입니다. 흰 속살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 몸을 벗겨내는 애처로움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호상 : 아주 서정적으로 소개해주셨는데요, 도대체 어디인가요?

▶김선권 : 오늘 소개할 곳은요,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입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원래는 소나무군락지였으나, 그런데 그 군락지가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다 죽어버려서 그 텅 빈 숲에 자작나무를 심고 수십 년을 기다려 만나게 된 상처를 이겨낸 숲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호상 : 사실 제 머릿속에 나무 숲 정도만 그려지고 자작나무가 생각이 잘 안 나는데요. 아마 멋진 곳이겠지만, 어떤 곳인지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죠.

▶김선권 : 그런데 그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서 다리품도 좀 팔아야 하는 곳이에요.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깊고 높은 곳에 비밀처럼 숨어있는 숲입니다.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사람은 준비 없이 갔다가 다리에 알이 배어서 돌아올 수도 있는 곳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소방 임도를 따라서 한 시간 넘게 걸어 올라가야 원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등산화와 물은 꼭 챙겨서 올라가야 합니다. 겨울철엔 아이젠도 챙겨야 합니다.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가야 하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 수도 있을 겁니다. 대답은 “더한 일을 하더라도 올라가야 한다.”입니다.

▷이호상 : 아니 그렇다면 아이젠도 겨울에 가면 챙겨야하고, 한 시간 넘게 올라가야 하고 이게 아이들하고 손을 잡고 올라가기엔 조금 벅찬 것 같기도 하고요. 

▶김선권 : 네, 아이들하고 올라가기엔 벅차지는 않은데, 언덕길을 올라가니 아무래도 좀 힘들기는 하죠. 그래도 힘들긴 하지만, 올라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김훈 작가는 그의 소설 ‘자전거 여행’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함도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이 글자 속에서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골짜기를 흔드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라고 했는데요.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깊고 서늘한데, 그 서늘함 속에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꼭 올라가볼 만한 곳입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숲이 보이는데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숲의 여왕을 만나게 됩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장관이 연출됩니다. 자작나무는 아주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자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 ‘극양수’입니다. 나무가 햇빛을 좋아할수록 부피 성장보다는, 해를 만나기 위해 높게 성장하게 됩니다. 높게 성장하기 위해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보통 20~30m 정도 수직으로 곧게 자랍니다. 가지를 떨어뜨리면서 생기는 나무껍질의 검은 상처와는 대조적으로 줄기는 더욱 하얗게 빛을 발합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쓸모도 많고, 활엽수 중에 피톤치드를 제일 많이 뿜어낸다고 하는 신의 선물, 숲의 여왕이라는 자작나무입니다.

▷이호상 : 아, 자작나무가 피톤치드를 제일 많이 뿜어낸다..

▶김선권 : 네, 활엽수 중에서 그렇습니다.

▷이호상 : 근데 저는 지금 자작나무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데 숲의 여왕이라고 하셨고 말이죠. 어떤 자태인지는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는데 말이죠.

▶김선권 : 자작나무는 일단 줄기가 하얗습니다. 하얀 줄기가 하늘로 쭉쭉 뻗어있습니다. 가지가 거의 없고요. 가지가 없는 이유는 아까도 언급을 했지만 위로 많이 자라기 위해서 태양을 만나기 위해서 스스로 가지를 떨궈낸다 합니다. 가지를 떨궈낸 자리에 까만 상처가 생기는데 그래서 하얀 바탕에 까만 점이 곳곳에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얀 나무껍질, 단단하고 곧은 자태 때문에 많은 민족이 영험한 나무라고 하여 신성시했고, 쓸모가 많아 예로부터 널리 사용되었던 나무입니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이것으로 명함도 만들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하는 낭만적인 나무입니다. 

▷이호상 : 제가 작가님 이제 생각이 났어요 자작나무가. 말씀을 쭉 들어보니까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여러 가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자작나무숲 가는 길이 편하다면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은데요.

▶김선권 : 조금 쉽게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자작나무 숲 안이라고 해야 할지 인근이라고 해야 할지 아주 애매한 위치에 펜션이 있습니다.

▷이호상 : 아, 중간에요?

▶김선권 : 중간은 아니고 자작나무 숲을 지나서 있는데, 그게 숲 안이라고 해야 할지 인근이라 해야 할지 위치가 애매하긴 해요. 근데 이곳이 자작나무 숲이 정식으로 개장을 하기 전부터 있었던 곳인데, 그곳에서 숙박하면 자작나무 숲을 통과해서 펜션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 숲을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 펜션에서 숙박한 적이 있는데, 주변에 인공적인 빛이 전혀 없어서 별이 정말로 잘 보입니다. 밤새도록 넋을 놓고 은하수가 흐르는 것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잠깐 눈 붙이고 해가 뜨자마자 아무도 없는 자작나무 숲에 가서 그 넓은 숲을 독점했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네요.

▷이호상 : 이 자작나무 숲이 저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끌리는데요. 은하수도 볼 수 있고 정말 조용하게 아주 서정적인 여행지가 아닌가 싶은데요. 마지막으로 작가님 그래도 제가 항상 여쭤보는 겁니다만, 강원도 인제라고 말씀하셨는데 근처에 먹거리 한 곳 소개해주신다면요?

▶김선권 : 인제하면 황태죠. 황태로 유명한 용대리가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20분 거리입니다. 원래 황태는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고 합니다. 명태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다들 명태를 밖에 널어 말렸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이렇게 말린 명태를 북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원산의 북어는 바싹 마르는 여느 북어와는 달리, 명태의 몸이 두툼하게 유지가 되면서 살이 노랗게 변했는데, 그 이유는 밤이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낮에는 햇볕을 받으니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증발시켜 독특한 북어, 즉 황태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원산 출신 사람들이 강원도에 정착해서 황태를 재현했다고 하는데요. 원산 황태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지역이 인제군 북면 용대리입니다.

▷이호상 : 자작나무숲 피톤치드를 은하수 밑에서 실컷 들이마시고 느끼고, 아침에는 시원한 황태국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 번에도 좋은 곳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 오늘은 강원도 인제에 있다고 하는군요 여러분들 한 번 가보시죠,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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