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김선권 여행작가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여행스케치 시간입니다. 매주 목요일 이 시간에 전해드리는데요. 전국 여행지 곳곳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여행작가와 함께합니다. 김 작가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네, 안녕하십니까. 여행 그리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네, 작가님 잘 지내셨죠?

▶김선권 : 잘 지냈습니다. 

▷이호상 : 네, 오늘은 어디를 좀 소개해 주실 건가요?

▶김선권 : 요즘 월북과 관련해서 좀 시끄럽죠? 그래서 남북관계가 평화 속에서 꽃 피우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민통선 부근 그리고 민통선 안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철원노동당사입니다.

▷이호상 : 철원노동당사는, 사실 저도 어릴 적 가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게 과거에 유명한 뮤지션, 서태지 씨가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찍어서 유명한 곳 아닙니까? 

▶김선권 : 네 맞습니다. 휴전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철원노동당사는 9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KBS 열린음악회가 녹화되기도 했고, 2017년에는 정우성 씨와 곽도원 씨가 주연한 영화 강철비의 촬영지로도 잠시 등장했습니다.

▷이호상 : 그렇군요. 어떻게 그런 폐허와 같은 곳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생각을 했는지 좀 궁금한데, 일반인들과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고, 이 곳이 일반인들도 갈 수 있는 곳인가요?

▶김선권 : 네, 일반인들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서태지 씨가 아니라면 지금도 잊혀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철원노동당사는 많이 알려져있는 반면, 비슷한 문화유산인 화천의 인민군 사령부 막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예술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호상 : 맞습니다. 최근 BTS를 보면 알 수 있겠죠? 그럼 강원도 화천에 인민군사령부막사라고 말씀 하셨는데, 사실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만, 지난주에 경복궁을 소개해 주시며 이야기하셨던 BTS도 그렇고 오늘 소개해 주시는 철원노동당사의 서태지 씨도 그렇고 대중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데, 철원노동당사, 어떤 곳인지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신다면요?

▶김선권 : 알겠습니다. 철원지역은 해방 후 북한의 관할 하에 놓여 있었습니다. 1946년 철원군 조선노동당에서 시공하여 완공한 지상 3층의 무철근 콘크리트 러시아식 건물입니다.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 정권에 의해서 노동당사로 이용되었습니다. 그런데 6·25전쟁을 거치면서 파괴되고 지금은 건물 외벽만이 보존되고 있습니다. 현재 1층은 각방 구조가 남아 있으나, 2층은 3층이 내려앉는 바람에 허물어져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건물 외벽을 살펴보면 곳곳에 포탄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6·25전쟁 때의 상처입니다.

▷이호상 : 아, 제가 어릴 때 가보았던 흔적을 봤던 기억이 지금 새록 생각이 나는데, 전쟁이 사실 우리가 낳은 아픈 산실이지 않습니까?

▶김선권 : 맞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지요. 해방 후 외국에서 활동하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귀국하면서 좌·우의 노선 경쟁이 치열해지고, 남쪽에는 미국이, 북쪽에는 소련이 주둔하게 되어, 그 갈등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전쟁이라는 비극을 낳았습니다. 철원 노동당사가 사용된 기간은 해방 후에서 한국전쟁까지의 시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8·15광복 후부터 6·25전쟁이 일어나기까지 공산 치하에서 반공 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잡혀 와서 고문과 무자비한 학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노동당사 뒤에 설치된 방공호에서 사람의 유골과 실탄, 철삿줄 등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그때의 참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마을마다 쌀 200가마씩을 거두어들여 이 건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건물의 보안 유지를 위하여 공산당원 이외에는 건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당시 이 건물 일대는 인구 3만 명이 살았던 철원읍 시가지였으나 6·25동란으로 모두 파괴되었고 유일하게 노동당사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이호상 : 이 노동당사를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이 됐었던 곳이었군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이호상 : 그런데 작가님 이게 말씀하신 것처럼 이곳의 노동당사 건물을 보기 위해서 좀 멀지 않습니까? 노동당사 한 곳만 보기엔 좀 아까울 것 같고요. 근처에 볼만한 곳이 없습니까?

▶김선권 : 지금은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중단되어 있지만, 노동당사는 철원안보관광의 시작점입니다. 노동당사에 집결해서 버스를 타고,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승리전망대, 백마고지역, 화살머리고지 평화의 길 등을 돌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승리전망대는 휴전선 155마일 중 정중앙에 위치하며 군사 전략적 요충지의 한 가운데 있는 해발 495m의 전망대로, 현재 DMZ에서 북한의 휴전선 감시 초소와 가장 근접한 곳입니다. 북한 관측이 가장 잘 되는 곳으로 북한군의 이동 모습은 물론, 경원선 철도, 광삼평야, 아침리 마을 등 남북 분단의 현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실만으로도 철원 노동당사는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실, 철원 노동당사를 소개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호상 : 어떤 이유입니까?

▶김선권 : 그 이유는 바로 철원DMZ마켓입니다. 철원DMZ마켓도 코로나19 사태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안타깝게 중단되어 있는데 보통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작해서 11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립니다. 철원DMZ마켓은 철원에서 직접 키워 수확한 농산물을 가져와 직접 판매하는 농특산물 장터입니다.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각종 체험도 준비되어 있어 가족 동반 나들이로 더욱 좋은 장소입니다. 그런데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농특산물특판장은 어디에 가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제가 철원DMZ마켓을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단순히 농특산물특판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욱 좋은 것이 있습니다. 트랙터가 끄는 짚풀마차는 타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호상 : 우리가 농가에서 사용하는 트랙터가 끄는 짚풀마차를 타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다? 흥미롭네요. 그야말로 민통선 드라이브가 될 것 같은데요? 

▶김선권 : 그렇죠. 일단 민통선 안으로 들어간다는 자체가 특별한 체험이죠. 버스를 타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는 여러 투어 상품이 있지만, 노동당사 공용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트랙터 마차 DMZ투어는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철원DMZ마켓에서 출발해서 민통선 군 검문소를 통과해서 민통선 내의 얼음창고, 철원근대문화거리, 구철원역을 왕복하는 코스로 소요 시간 30~40분 정도 걸리는데, 구철원역에서 잠깐 하차해서 철망에 노란 리본에 소망을 적어서 걸어 놓고 나오는 퍼포먼스도 있습니다.

▷이호상 : 이거 재밌겠는데요? 짚풀마차 이용료는 어떻게 됩니까?

▶김선권 : 이용료는 3천 원이에요.

▷이호상 : 저렴하네요.

▶김선권 : 철원 DMZ마켓에서 농특산물을 3만 원 이상 구입하면 짚풀마차를 무료로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 

▷이호상 :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데요. 특히 학생들,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먹거리 소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철원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면요?

▶김선권 : 철원에는 제 오랜 단골 만두전골 집이 있습니다. 하루에 200인분 한정으로 판매하는 곳인데, 어느 날 갑자기 TV에 소개가 되면서 줄을 길게 서야만 맛볼 수 있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곳은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열 감지 카메라를 도입하고 식탁 사이의 간격을 넓혀서 코로나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데프콘의 유튜브 채널에도 소개가 되었고 이번 주에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씨가 방문해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이호상 : 오늘 점심에 만두전골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고요, 다음주에도 더 멋진 곳 소개해주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였습니다. 오늘은 강원도 철원으로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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