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유엔에서의 인권문제제기 등 사안별 현안에 대해서는 강한 반발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 시기와 비교할 때 김정일 정권의 대남태도는 매우 신중하다. 북한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첫째, 대선과정에서 나온 ‘비핵.개방.3000구상’ 이외에 이명박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반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금까지 나온 대북정책은 4월 총선을 의식한 대북 강경노선일 수 있다는 판단아래 4월 총선 이후까지 기다려 볼 가능성이 높다. 대선과정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진보정권을 이른바 ‘친북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고 했기 때문에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해 총선까지는 대북강경노선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총선 이후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가 북미협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황을 관리하는지도 모른다.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와 관계가 나빠지면 북미관계 개선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반응을 자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관계를 중시하는 것처럼 김정일 정권도 북미적대관계 해소가 ‘생존의 중심고리’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미국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북한도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는 저절로 풀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는 ‘통미봉남’할 수도 있다.


  넷째, 식량난 등 체제위기 심화에 따른 수세적 적응차원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북강경정책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소 불만이 있지만 춘궁기 식량과 파종기 비료 지원을 의식할 때 북미관계가 풀릴 때까지 참고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새 정부와의 전향적인 관계설정을 의식하여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신뢰를 쌓기는 힘들어도 허물기는 쉽다. 남북당국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북측의 반응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구체화해서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유 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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