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근 책장 안에 오래 잠들어 있던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으로,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재임시절 종단 출입기자 등에게 선물했던 책이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조명받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담긴 헌법적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책장을 다시 넘겨 본다.    

조계종은 2013년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 되었을 때, 막후에서 지지하며, 도움을 주었다. 그러다 2017년, 조계종은 아예 신년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종단의 종책 사업에 포함시키며, 대내외적으로 관련법 제정 지지를 공식화 했다. 당시 자승스님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 정치권에서 종단으로 예방을 올 때마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제화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 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지정됐다. 당시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해 일부 기독교계의 반대가 공식화 되었지만, 자승스님은 “특정한 종교의 입장이 국민 전체의 평등과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먼저 종교간 대화를 통해 입법 과정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사회적 담론 형성에 노력하여 헌법적 가치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못 된 것은 일부 기독교계의 조직적인 반발이 원인 중 하나였다. 동성애 등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세속법이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발의 된 ‘차별금지법’에는 차별금지의 영역이 교육과 행정 등의 ‘공적영역’으로 한정 됐다. 성직자가 교회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한 발언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또한, 교회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서 동성애에 대해서 죄라고 본다든지 이러한 발언을 하면 표현은 잡혀가는 것이 아니냐? 처벌당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기독교계의 물음에 “그러하지 아니 하다”며, “이 법에 의거해 그렇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단체 자기의 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신념 이것은 종교적 자유에 해당을 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별로 입장을 달리했던 '차별금지법'은 오래 전 부터 미국에서는 ‘혐오범죄방지법’으로, 영국은 ‘평등법’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발의 된 '차별금지법' 보다 처벌 기준은 광범위하고 더욱 엄격하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1980년대부터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유엔인권이사회 또한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 했었다. 현재 OECD 회원국 가운데 관련 법안이 없는 경우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라고 한다. 관련 취재를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위원인 퇴휴스님과 몇 차례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정작 인권위 기자회견 당일에는 봉은사 주지스님과의 만남 때문에 직접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퇴휴 스님은 미리 보낸 질문지에 상세하게 답해 주었다. 스님이 전해 준 사람은 출신 성분 등이 아니라 오직 그 행위에 의해 판단을 해야 한다는 부처님 가르침이 가슴에 남았다. 

얼마 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찾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자승스님 때 본격화 돼 설정스님을 거쳐 원행스님까지 역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들은 매번 차별금지법을 적극 지지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국가인권위원장의 조계종 예방이 다음 총무원장 스님에게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우리나라 헌법 제11조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우리사회에 더욱 선명하게 각인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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