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 속에 한국불교 최대의 명절인 부처님오신날 행사 일정이 변경됐다.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인 5월 30일에 봉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부처님오신날 1주일 전 토요일에 봉행해온 연등회도 이에 맞춰 5월 23일로 옮겨졌다. 이는 국가적 재난으로 불리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한국불교의 결단이다. BBS NEWS는 지난 3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인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등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연기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 문화부장 오심스님 등의 공식발언을 인용해 봉축행사 연기 과정을 자세히 다뤘었다.

이후 오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공식발표가 있기 까지 불교계 내부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체로 올해가 윤달이라는 점을 감안해 윤달 4월 8일, 즉 양력 5월 30일에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다는데 찬성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아니, 세계적 재양 속에 대규모 행사를 연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또 자리이타를 강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봉축행사 연기에 앞서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인 베삭절을 기념하는 UN의 공식행사 또한 코로나19로 전격 취소됐다. 1995년 제54차 UN총회에서 결의 된 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참여해 온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처음으로 열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함에도 한국 불교 내부적으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과 연등회 연기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종조가 탄생한 최대 명절 행사를 옮긴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조의 탄생일 행사를 변경한다는 게 아마 다른 종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세계의 부처님오신날은 지역에 따라 관습에 따라 각기 다르다.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인 베삭절은 부처님 탄생에 성도, 열반을 함께 기린다. 보통 양력 5월 보름달이 뜬 날로 정해지는데, 우리나라의 음력처럼 매년 달라진다. 북방불교의 원류인 중국의 부처님오신날은 우리와 같은 음력 4월 8일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행사는 봉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춘절 등 중국 전통명절에 불자들이 대거 사찰로 몰린다. 메이지 유신의 영향으로 일본은 대부분 양력 4월 8일에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한다. 

선종의 전통이 강한 한국불교에서는 역사적 부처님의 탄생보다, 자기 자신과 부처님의 법에 의지해 수행을 해 깨닫는 자성불로서, 또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법신불로서의 부처님의 의미가 더욱 크기 때문에, 봉축행사 연기와 같은 파격과 결단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남이 행복해야 나 또한 행복하다는 동체대비의 정신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과 연등회 연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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