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 열흘도 안 돼 5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거침없는 흥행 행진 속에 천만 관객 돌파는 이제 시간 문제이고 한국 영화 사상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생충’은 영화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에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받은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흥행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빈민층 가족과 고급 주택에 사는 부유층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갈등 문제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봉준호 영화의 최정점에 이른 작품,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과 현실을 그린 작품이어서 해외에서는 크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고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양극화 문제와 계층 갈등과 같은 이슈는 전세계인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 열차' 등의 화제작에 이어 이번에는 칸 영화제 대상에 빛나는 '기생충'까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송강호를 위시한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라는 평이 다수를 이룬다. 원래 연기파로 인정받아온 송강호는 말할 것도 없고 조여정과 이정은, 이선균,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 등 다른 배우들도 관객들에게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기를 펼쳤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조여정은 자신의 인생 연기를 펼쳤고 이선균도 평소 연기 패턴과는 다른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우식과 박소담은 젊은 배우지만 상당한 내공을 갖춘 연기를 선보여 잠재력을 과시했다. 특히 박사장네 가정부역을 맡은 이정은의 섬뜩한 연기와 송강호의 부인 역을 맡은 장혜진의 생활 밀착형 연기는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감미료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 초반부는 감독 특유의 유머와 해학을 적절하게 배치해 관객들에게 꽤 쏠쏠한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불편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너무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진보적 성향을 근거로 영화에 나오는 박 사장 부인과 가정부를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난리를 겪은 백수 가족들이 체육관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장면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꼬집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가 부자들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착하게만 묘사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기생충’은 이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오는 영화,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영화, 보고나면 마음이 아주 불편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반지하 가족과 언덕 위의 그림 같은 대저택에 사는 가족들이 함께 사는 세상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씁쓸한 기분을 던져준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도를 넘어서고 서로간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일이 반복되지만 이를 풀어줄 완충 장치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들의 처지도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필자는 영화를 보고나서 아파트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일이 더욱 두려워졌다. 지하에서 무엇인가가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적이 드문 밤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더욱 배가된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두려움이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도시 빈민으로 전락해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이게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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