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전설 비틀스(Beatles)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반세기전에 이미 해체된 비틀스가 이달초에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을 발표한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 곡이 영국의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비틀즈의 노래가 영국의 대중음악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은 무려 54년만의 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미자나 조용필 같은 가수가 신곡을 내고 다시 가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비틀스의 신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2,000만 회를 훌쩍 넘어섰다. 그룹이 해체된지 반백년 이상이 흘렀고 멤버 4명 가운데 존 레논이 1980년, 조지 해리슨이 2001년에 사망했지만 비틀즈의 세계적인 명성과 영향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듯하다.

존 레논이 사망하기 3년전인 1977년 작곡한 ‘나우 앤드 덴’은 당초 지난 1996년 비틀즈의 미발표 곡들을 발표할 당시 함께 공개하려했지만 피아노 반주에 묻혀 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감독이자 비틀스의 열혈팬인 피터 잭슨은 AI의 음성복제 기술을 활용해 레논의 목소리를 피아노와 분리해 깨끗한 음질로 되살려냈고 올해 81살의 폴 매카트니와 83살의 링고스타는 베이스와 드럼 연주, 코러스를 존의 목소리에 입혔다. 조지 해리슨이 죽기 전에 녹음해둔 기타 연주까지 더해져 멤버 전원이 모두 참여한 비틀즈의 신곡이 만들어지는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첨단 기술 덕분에 대중음악의 대명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록 그룹 비틀스의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30대의 존 레논과 80대의 폴 매카트니가 함께 노래를 부른셈이어서 우리는 산 자와 죽은 자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는 비틀스 노래가 불려지고 비틀스에 영향을 받은 음악인들이 비틀스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틀스를 흉내내는 이른바 비틀스 카피밴드들이 곳곳에서 연주하고 공연을 펼치며 엣 향수를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전인권 최성원이 이끌었던 록그룹 들국화, 가수 장기하 등 국내의 많은 가수들도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아티스트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말한다.  대다수 음악 전문가들은 잊을만하면 다시 고개를 드는 비틀스 열풍, 비틀스 현상에 대해 비틀스에 대한 팬들의 그리움이 여전히 크고 깊다는 증거라고 단언하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선율의 비틀스 음악이 그만큼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돼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대중문화사, 대중음악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틀스의 위상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비틀스에 열광하고 환호했던 부모 세대와 비틀스를 잘 모르는 자식 세대들이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비틀스가 다시 주목받는 현상의 이면에는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나간 모든 것은 그립다고 하지만 과거의 추억에 빠져든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고단하고 미래도 불안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비틀스라는 매력적인 문화 상품을 온갖 방법으로 재포장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끊임없이 반복, 재생, 복제해서 판매하는 추억의 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씁쓸함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비틀스의 멤버 4명 가운데 2명은 이미 속세의 옷을 벗어던졌고 살아있는 멤버 2명도 80대에 접어든 고령이다. 1960년대 청년 문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더벅머리의 4인조 20대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은 이제 아련한 옛 기억의 소중한 한자락으로  간직하면 될 듯하다.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드 덴'에서 흘러나오는 존 레논의 목소리는 구슬프고 때로는 처량하기까지 하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지만 세속적인 성공과 함께 찾아온 공허함을 특유의 읖조리는 음성으로 표현한 듯하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사랑 노래를 부르며 소녀 팬들의 감수성을 파고들었던 아이돌에서 출발해 심오한 삶의 고뇌와 애환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이자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행동가로 변신했다가 가정을 지키는 소시민으로 돌아갔던 존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존 레논과 함께 비틀스를 이끌었던 폴 매카트니는 4명의 멤버들이 시공을 초월해 함께 만든 곡 ‘나우 앤드 덴’이 비틀스 이름으로 발표되는 마지막 노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운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이 몸을 파고드는 이 때 비틀스의 '예스터데이'와 '겟 백'에 이어 이제는 '렛 잇 비'를 다시 들어본다. '렛 잇 비' 가사처럼 집착을 버리고 유연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서 모든 것이 순리대로 굴러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는 가르침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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