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도토리마을과 보령 수청지구를 찾아
50년 만에 도시 지역에서 다시 시작된 새마을운동

충남 보령 수청지구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로당 모습.
충남 보령 수청지구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로당 모습.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중국 진나라 때의 고사를 생각해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뽕나무밭이었던 서울 잠실의 변화상을 떠올리면 이 말의 뜻이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 상전벽해가 구현된 현장을 지방도시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의 새뜰마을 사업 현장 취재, 전북 전주의 도토리마을과 충남 보령 수청지구를 찾았다.   

▲ 새뜰마을 사업, 2015년-2024년 196개 도시 선정

새뜰마을 사업은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말한다. 

자료=국토부 제공
자료=국토부 제공

이 사업은 국토부와 지방시대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거 취약지역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주민복지 등을 지원하는 도시와 농어촌 취약지역의 생활여건 개조사업의 하나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2014년에 신설돼 2015년부터 시작됐으며 내년까지 모두 196개의 도시사업을 선정하고 추진되고 있다. 

▲전북 전주 도토리마을...도토리쿠키 등 특산물 개발

전주 도토리마을은 2019년에 시작돼 올해로 5년째 새뜰마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북 전주의 도토리마을 전경.
전북 전주의 도토리마을 전경.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노후주택이 마을 전체의 50%를 넘었는데 이제는 번듯한 마을로 거듭났다. 

도시재생사업 등과 다른 점은 새뜰마을 사업은 외관 뿐 아니라 집안 내부, 천장이나 부엌 싱크대 등 내부 개선 작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토리마을의 노후주택 개선 전과 후의 모습.(사진=국토부 제공)
도토리마을의 노후주택 개선 전과 후의 모습.(사진=국토부 제공)

도토리마을의 노후주택 개선사업에는 민간기업도 함께 협력하고 있다. 

주택개선에 그치지 않고 마을 전체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전북 전주 도토리마을의 주민돌봄 현장지원센터.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전북 전주 도토리마을의 주민돌봄 현장지원센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주민돌봄 현장지원센터는 완공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곳이 도토리마을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채리 도토리골사람들 협동조합 대표가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채리 도토리골사람들 협동조합 대표가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도토리마을은 시설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도토리마을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 곳에서 쿠키 등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토리마을 주민들은 방범등 설치로 인해 치안 불안이 없어진 것을 좋아했다. 

도토리 마을 초입의 하천 건너편에는 고급 아파트가 우뚝 서있다.

도심에는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은 농촌마을보다 더 낙후된 채 방치된 곳이 많다. 

50년 전, 농촌 풍경보다 나을 것 없던 지역이 이제는 조금씩 도시 풍경을 닮아가고 있다.

▲ 충남 보령 수청지구...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로당
 
충남 보령의 수청지구는 2017년에 시작해 2021년에 새뜰마을 사업이 완료된 곳이다.

충남 보령 수청지구 경로당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모습.
충남 보령 수청지구 경로당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모습.

이 마을 변화의 상징은 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로당이다. 

연세가 드신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생활의 경험을 공유하는 곳인 경로당은 마을 개선사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

빈집을 헐고 텃밭을 만든 충남 보령 수청지구 마을의 모습.
빈집을 헐고 텃밭을 만든 충남 보령 수청지구 마을의 모습.

보령 수청지구에서는 빈집을 헐고 그 자리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도토리마을에서는 빈집을 헌 곳에 주차장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방범카메라가 많이 설치돼 있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모든 가구에 도시가스가 연결돼 난방비가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새뜰마을 사업 진행으로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령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토부의 새뜰마을 사업으로 잘 정돈된 충남 보령 수청지구 마을의 골목.
국토부의 새뜰마을 사업으로 잘 정돈된 충남 보령 수청지구 마을의 골목.

도로 확장으로 인해 갈라졌던 마을이 새뜰마을 사업으로 건널목이 생기면서 다시 하나가 된 것도 이 마을에서 들은 미담이었다.  

보령 수청지구의 새뜰마을 사업은 완료됐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구조 개선 작업을 쉬지 않고 있었다.

▲50년 만에 도시로 소환된 새마을운동

이전과 크게 달라진 마을 모습과 한창 공사 중인 마을주민센터, 완공된 현대식의 경로당 등 이번 현장 취재를 통해 만난 마을의 모습에서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떠올렸다. 

새마을운동이 농촌 지역이 대상인 반면 새뜰마을 사업은 도시지역이 대상이다. 

또 새마을운동이 위로부터 강제된 것이었다면 새뜰마을 사업은 주민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 그리고 민간기업의 협력이 어우러진 민관협력의 장(場)이었다.

이상주 국토부 도시정책관이 도토리마을의 스마트팜 공사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상주 국토부 도시정책관이 도토리마을의 스마트팜 공사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상주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새뜰마을 사업은 주민들이 정말 원해야만 가능한 사업입니다. 주민들의 협력과 자발적 참여가 마을 구조개선 사업의 출발입니다”라고 현장에서 말했다. 

(글/사진=박원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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