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이든 바깥이든, 기자라는 사람들은 모두 내 선배들이겠지"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언제부턴가 나를 '선배'라고 부르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업력 두자릿 수 연차의 기자가 돼버렸다.

생각해보면 선배가 된다는 건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다. 존경은 못 받을망정 인정이라도 받는다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니까. 

권위로 찍어누르는 건 반발심을 키울 뿐이다. 지갑을 자주 여는 것도 딱히 정답은 아닌 듯 하다.  자칫 '호구'라는 인식만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흐트러진 모습을 최대한 보이지 않고,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뭐 하나라도 저 사람이 나보다 나은 구석이 있구나"라는 점을 후배들에게 납득시켜야, 일단 '상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상사가 아닌 '선배'로서 인정받으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결정적인 순간에 후배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선배로서의 목소리를 내며, 행동을 보이는 것.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 비로소 선배로서의 힘이 실린다.

제21대 국회가 어느새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청와대'라는 단어를 대신하게 된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용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세계적인 봉쇄 조치는 어느 정도 풀렸다.

정치권의 불자 모임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국회 정각회에서 새 회장이 뽑혔다. 그리고 '청불회'를 이을 '대불회'도 꾸려졌다. 이 중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21대 국회의 후반기 정각회장으로 선출되는 순간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 미얀마 사정에 정통한 취재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뉴스 잘 봤어요. 정각회가 내년이나 내후년 쯤 해외 성지순례를 추진한다는 거죠? 특히 미얀마 바간 쪽을 검토하고 있다고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그러고보니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정치 상황과 치안이 불안정한 미얀마로 내년이나 내후년 쯤 성지순례를 떠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능하더라도 굳이?... 생각에 빠져있는데, 취재원의 말이 이어졌다.

"국회의원들이, 그것도 불자 정치인들이 설마 미얀마 현지 상황을 모르겠어요? 불교 국가 미얀마의 평화적인 민주화를 위해서 뭐라도 해보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 아니겠어요? 미얀마 사람들의 기대도 커요. 어쨌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분야에서만큼은 미얀마의 선배라나요."

그랬다.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 정도가 아니었다. 불교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으면서도, 민주주의에 관한 한 자신들의 선배인 국가였다.

선배가 되기는 쉬워도, 선배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후배의 입장에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들을 올려다봐도 그렇다. 권력 세다고, 돈 잘 쓴다고, 일 잘 한다고, 그것만으로 선배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후배들에게 공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불교국가 미얀마 시민들이 '민주주의 선배' 대한민국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그 대한민국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불자 정치인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 미얀마의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줄 때가 됐다. 후배네를 방문하기 전, 인정 받는 선배가 돼 보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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