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7년차 미혼모 가정의 가장이자 엄마

●연출 : 안지예 기자

●진행 : 이병철 기자

●2020년 6월 24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장소 : BBS제주불교방송 / 제주시 임항로 14(덕산빌딩 4층)

●코너명 : 양성평등 캠페인 고치글라

[이병철] 넷 중 하나,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미혼 한 부모 가정의 비중인데요. 결코 소수가 아님에도 아직까지 소수로 여겨지고는 합니다.

제주 BBS와 제주 여성 가족 연구원이 함께하는 양성평등 캠페인 고치 글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서도 양성평등에 대한 얘기는 빼놓을 수 없죠. 오늘 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출연자] 네. 안녕하세요.

[이병철] 네, 어려우셨을 텐데도 이렇게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가족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출연자] 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 살, 이렇게 두 아들과 함께 7년차 미혼모 가정의 가장이자 엄마입니다.

[이병철] 아까 두 아들이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엄마 손길이 많이 가죠. 이 시기 엄마들의 고충,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출연자] 네. 여느 가정의 학부형처럼 아침에는 큰 애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아직 세 살이지만 갓 17개월이라 분유를 떼지 못해서 작은 애 분유를 시작으로 분주하게 시작하고요.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서 학교 준비를 도와주고 돌아오면 집안에 널브러진 청소와 빨래, 젖병 소독, 밑반찬도 하고 1시부터 소일거리로 알바를 하고 있어요.

늦게 오다 보니까 여섯 시에 끝나기 전에 큰 애는 10분 빠르게 와서 혼자 있고, 전 퇴근하면서 어린이집에서 작은 애를 데려오면 또다시 아침저럼 전쟁이죠. 오자마자 애기들을 씻기고 밥 차리고 먹이고, 혼자 다 하려고 제 시간에 재워야 해서 그 시간에 솔직히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정도로 바빠서 큰 애한테도 관심도 덜 하게 되더라고요.

큰 애는 큰 애대로 혼자 하려고 하기도 하는데 많이 도와준다고 해서 여덟 살이라 손이 많이 가서 사실은 둘 다 혼자 하긴 버겁죠. 많이 힘들죠.

[이병철] 요즘 젊은 엄마들이 취미생활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건 엄두도 못 내시겠네요.

[출연자] 어휴,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고요. 전화 통화도 어쩌다 한 번이죠.

[이병철] 사회 안에서 한 부모 가정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들은 어떤 게 있나요?

[출연자] 솔직히 저도 미혼 한 부모가 되기로 마음먹어서 된 게 아니라 저도 전 남편을 많이 참았는데, 책임감 없는 아빠한테서 자라날 애들이 안쓰러워서 제가 더 도맡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제 선택으로 아빠 없이 커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죠.

근데 큰애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더 큰 사회로 나가는 과정이긴 한데 아직까지도 세상의 눈빛은 따뜻하지만은 않더라고요. 학부형들끼리 모여도 형태가 비슷한 가정끼리 모이려 하거나 또래들끼리도 큰애한테 누구랑 살아? 아빠 있어? 어느 집이야? 몇 평이야? 이런 것들을 말하더라고요. 친구들끼리도 그렇게 끼리끼리 모이고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병철] 그런 말이 가장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출연자] 네.

[이병철] 그러면 그래도 아빠의 존재나 이런 것들을 아이들한테 케어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출연자] 작은 애가 태어나기 전 큰 애를 혼자 키우면서 아빠를 너무 그리워하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부터 애들이 알아요. 아빠가 없는 특이한 가정이라는 걸 이미 알더라고요. 저는 언젠가 아빠란 존재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할 때 본인이 먼저 알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재결합했다가 다시 무책임한 남편이 되어버렸죠.

[이병철] 아이들이 정말 성숙해 있네요.

[출연자] 네. 아빠란 존재에 대해서 애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리고 엄마마저도 자기를 버릴까라는 무서움도 있더라고요. 그걸 가르쳐주고 싶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 이미 알아서 엄마도 저 버리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병철]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해요?

[출연자] 네. 깜짝 놀랐죠. 그 전에는 표현을 잘 안 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거라 못했는데 요즘은 조금 컸다고 생각되는 게 간혹 자기가 하는 말이 엄마 아프지 마요, 죽으면 안 돼요, 저는 엄마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재결합했을 때 아빠의 무서운 면을 보고 나서 이제 아빠를 찾지도 않지만 아빠의 부재에 대해서 섭섭해 했던 게 엄마한테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된 것 같아요.

엄마가 같이 있다가 다치고, 아빠가 무서웠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엄마는 자기에게 더 소중한 존재다,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하길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분위기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병철]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그런 말을 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시겠네요. 그러면 사실 가장 중요한 게 경제적인, 양육을 위한 돈인데 요즘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는 가정이 많죠. 국가 지원도 요건이 너무 복잡한 게 많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어떻습니까?

[출연자] 일단 양육비에서 먼저 해야 될 부분이 뭐냐면 저희 같이 혼전출산인 경우에, 혼인 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들은 저 밑으로 되어 있어도 아빠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친인자 등록을 먼저 해야 돼요. 친인자 등록을 먼저 하려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고, 근데 검사를 하면서 아빠가 맞다, 둘 관계가 확실하다 해야 만이 등록되면서 양육비 집행 이행이 되거든요.

저도 하려고 했는데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애기 아빠가 무서웠던 분이어서 양육비를 받으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애기 아빠랑 부딪혀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공포스러워서 저는 아예 양육비 집행을 안 하고 있어요. 돈 없이 조금 더 불편하게 사는 게 마주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서 저는 양육비 집행을 안 하는데 간혹 주위에서 양육비를 집행하는 가정 얘기를 듣거든요. 들어보면 결국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유전자 검사와 친인자 등록해서 집행하면 한 아이당 30에서 5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근데 그 마저도 사실은 매달 제 때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받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대요. 그 정도 금액이면 애들한테 밖에 쓰지 못하거든요. 근데 그 마저도 받는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병철] 그런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엄마로써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주고 싶은 것이 가장 크겠죠. 미혼모 가정으로서 이 사회를 딛고 일어서야겠죠. 우리 사회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부분에 대해서 전해주시죠.

[출연자] 이런 한 부모 지원 가정을 알아보는 데에 있어서도 많이 힘들었어요. 법정 한 부모여도 신청하려면 1000cc 이하의 자동차를 갖고 10년 이상이 되어야만이 소득 인정액으로 잡지 않는데 기준 준위 소득이라고, 그 소득액에 중고차 시세가로 300이 나오면 임의 신청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7년차가 되었어도 법정 한부모 부적격으로 나오더라고요.

[이병철] 행정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네요.

[출연자] 네, 기본 서류 절차에 차가 있냐고 물어보거든요. 있다고 하면 1000cc 이하고 10년 이상 노후된 거야지 소득으로 안 봐요. 그 소득액을 1년으로 나누는 것도 아니고 중고차 시세가가 300이면 그걸 월 소득으로 잡아서 법정 한 부모가 되기 힘들어요.

차를 팔라고도 하는데 차가 없으면 장보기도 불편하고 애들이랑 활동하기도 힘들거든요. 법정 한부모 조건이 차가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서 그런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간혹 적십자 단체라든가 초록우산 같은 단체에서 후원을 조금 받긴 하는데 정부에서 좀 더 지원 정책에 대해 기준을 낮춰 주면 좋겠어요.

[이병철] 정부에서는 생색만 내지 알고보면 절차가 너무 까다롭네요.

[출연자] 네. 너무 힘들어서 사실은 주위에 한 부모이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원받고 계시는 분이 정말 몇 분 안 되시더라고요.

[이병철] 행정적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죠.

[출연자] 네. 그래서 7년 차 동안 한 번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고요. 되려 단체에서 후원해주시는 걸 보면 아직은 따뜻하다고 느껴지지만, 저희가 여러 빌라형 단지에서 사는데 이미 다른 집에서도 저희가 저희끼리만 산다는 게 알려졌나 봐요. 그래서 이런 어른들의 시선들이 아빠 없는 애, 남편 없는 여자라는 차가운 시선이 있더라고요. 저 뿐만이 아니라 이미 아빠 없는 애, 남편 없는 여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었어요. 그러면 더 사회에 진출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병철] 스스로 가두는 경향도 있겠네요. 자존감이 낮아지기 때문에...

[출연자] 저는 어른이고 제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이런 고충에 대해서 충분히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아빠 없는 고충도 이겨내기 힘들잖아요, 사실은. 근데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이나 아빠 없는 애라는 말을 듣고 온 날은 애가 너무 울더라고요. 자기도 그걸 견뎌내기가 힘든가 봐요. 아빠의 부재에 대해서 너무 힘든데 거기에다 직접적인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활동하기에는 그만큼의 소외감이나 자존감이 위축되는 느낌을 많이 받더라고요.

[이병철] 한국 사회가 지금은 사회 보장 제도도 많이 안정되어 있고 한 부모 가정에 대해서도 잘 케어되고 있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데 어머님이 느끼시기에는 아직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출연자] 네.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맞추면서 사는 거라고, 그러니까 남편이 없다는 말을.... 저도 맞추지 않았고 참지 못했던 게 아니라 저도 참을 만큼 참았어요. 근데 폭력적인 거에는 견뎌낼 수 없더라고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애를 키우며 하루하루가 전쟁이죠.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친정에서도 이미 반대했던 남자였고, 친정에서도 도움 받기가 매우 어려워요.

저희도 우리끼리만 결속력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이미 그런 시선을 받아버려서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친정이든, 친구에게든 도움 받기도 어렵고 우리끼리 결속하고...그런 어른들이 저희에게 참지 못했다는, 지금의 자기 남편도 그랬는데 참고 산다, 사별한 것도 아니고 애한테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고 강조하시더라고요.

[이병철]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지 않는군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한 부모 가정의 모임들이 있을 것 아니에요? 서로 보듬어주고 정부의 도움을 받는 부분에서는 먼저 받았던 분들이 지원에 대해 조원해주신다든지, 그러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런 모임에 참여하고 계시나요?

[출연자] 솔직히 저는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긴 한데요. 저도 참가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이미 차가운 시선을 받았고 견뎌내는 것에 무거워졌고, 사실 제주는 좁잖아요. 나가면 놀렸던 애들도 알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단체에 가다 보면 가족 모임이 있는데, 막상 나와 주시는 분들이 없어요.

저도 같이 얘기 좀 해보려고 하기까지 되게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엄마들도 견뎌내는 게 힘든데, 한 번씩 오는 시선이나 말투 때문에 잘 나오시지 않아요.

[이병철] 그런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군요. 방송에 출연한 것도 참 대단한 용기셨습니다.

[출연자] 네. 저도 인터뷰에 참여하기까지 되게 많은 고민을 했고요. 하면서도 되게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저를 돌아보게 되었죠.

[이병철] 아이들과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마지막 한 말씀 해 주시죠.

[출연자] 아빠가 없어서 애들이 불편한 것을 어른들이 조금 더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미 애들이 알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미 애들이 엄마가 말해주기 전에 아빠가 없구나, 투정부리면 안 되는구나 알고, 엄마한테 더 기대게 돼요. 어른들이 그런 애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손길로 다가와 줬으면 좋겠어요.

어른인 저희는 살아보니 내 뜻대로 안 되고, 충분히 감당해야 하겠지만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애들만큼이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병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오늘 이렇게 큰 용기를 내 주셔서 감사하고요.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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