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군대 밥상이 화제다. 병사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이 부실하다는 폭로가 온라인을 달궜다. 식판 반찬칸에 김 몇 장, 햄 한조각 달랑 있는 사진이 떠돌았다. 코로나 방역으로 격리된 공군 부대원은 밥과 나물, 깍두기 2쪽이 담긴 배식 사진을 올렸다. 천원짜리 빵에 초 하나 꽂힌 생일맞이 장병 선물 케익도 논란이 됐다. 급기야 국방부 장관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30년 전 군 복무 시절이 생각났다. 야밤에 부사관이 부대 냉장고의 돼지 다리 한짝을 통째로 자기 집으로 옮긴 다음달 배식한 멀건 국물이 떠올랐다. 이번 사태에서 군이 공식적으로 밝힌 부실 급식의 원인은 '배식 실패'다. 틀린 변명이 아니다. 지금은 병장이 한달 월급 60만원을 받는 시대다. “군대 문화가 쌍팔년도에 머무르고 있다”며 군대 밥상 문제를 병사 인권으로까지 확대하는 정치권 주장은 지나치다. 한끼 급식비용 2930원이 물론 부족하긴 하다. 부대 급식의 인권을 논하려면 다른 곳에서 찾으면 쉽다. 이를테면 ‘급식실 환경 문제’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 조리원 A씨가 폐암으로 숨진 것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판정을 받은 국내 첫 사례다. 공단은 현장조사를 토대로 “A씨가 폐암 진단을 받기 전 13년간 학교 급식소에서 폐암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에 낮지 않은 수준으로 노출됐다”고 결론내렸다. 경기지역 급식실 조리사로 12년 근무한 40대 조리사 이 모씨도 작년에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어제(4월 27일) 경기도내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들은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30도 이상에서 기름을 동반한 작업을 할 때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섞인 물질이 발생하는데 환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또 "폐암에서 백혈병까지 급식실 산업재해는 끝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례로 군부대 급식소 실태를 들여다보는게 ‘인권 문제’에 보다 근접하지 않겠는가?

  오늘(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2년 태국의 장난감 공장에서 188명의 노동자를 앗아간 화재를 계기로 지정됐다.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까봐 공장 문을 잠근게 화를 키웠다. 그간 우리도 건축물 붕괴, 폭발, 질식 사고 등 전근대적 참사를 수없이 겪었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보건대책이 강화됐지만 산업 현장에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핫 이슈로 떠오른 군대 밥상 문제를 급식 환경 문제와 연결지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산재 사망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정부 관심의 폭을 한층 넓혀야 한다.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끼임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숫적으로 절대적이겠지만 군부대,학교,병원 등의 대형 급식소 안전관리 문제에도 시선을 둬야한다. 여름철이면 빈번한 집단 급식소 식중독 방지책도 예외일 수 없다. 유해가스 중독을 막을 조리장 환풍시설과 인덕션 같은 전기기구 확충부터 서두르는게 우선이겠지만 관계당국의 대처는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이런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산재 문제에 전향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소수’와 ‘인권’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 능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경제산업부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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