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밝힌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 855명보다 3.2%인 27명이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사고 사망자가 전년보다 30명 증가한 458명으로 전 업종의 51.9%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건설업 이외 사고 사망자는 제조업이 201명으로 전체의 22.8%에 달했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매년 전체 업종의 50%를 넘을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좀처럼 줄지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사망 만인율을 보더라도 0.28% 상승한 2.00으로 전체 평균 0.46보다 4배이상 높았다. 공사 금액별로 보면 1억원 미만인 5.17로 가장 높았고 1억원에서 20억우너 미만, 20억원에서 120억원 미만, 120억원 이상 순으로 소규모 공사일수록 사망 만인율이 높게 나왔다. 건설업 사망 사고의 재해 유형은 ‘떨어짐’사고가 236명으로 전체의 51.5%를 차지했는데, 떨어짐 사고의 68%이상이 20억원 미만 공사였다. 제조업 재해 유형은 ‘끼임’사고가 29.9%인 60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특히 기계기구 설치나 보전 작업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산재 사고 사망자를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이 전체의 81%를 차지할 정도로 소규모 사업장의 비중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당시 임기 내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 공약을 내세웠다. 제시한 목표치를 보면 2018년 725명, 올해 616명, 내년 505명으로, 이미 공약 달성은 물건너 갔다. 고용노동부는 계획을 수정해 올해 산재 사망사고를 20%인 7백명대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올해 산재 사망사고 20% 감축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 20% 감축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고용부는 최근 사고가 잦은 태영건설에 대한 감독결과를 발표했고, 10년간 5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우건설 본사와 전국현장에 대한 감독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위해 각종 공사현장에 대한 감독을 철저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감독은 비단 1,2년 실시한게 아니다. 매년 감독을 실시하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현장에 맞지 않는 제도적인 허점과 안전불감증. 

그동안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업체의 처벌 강화 등 수많은 법들이 제정 및 개정됐으나, 산재사망사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자 사망 사고시 사업주나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규모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해 사망사고를 줄이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내년 1월 전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명확한 안전보건의무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고,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종사자에 대한 제재 부과’ 등이 뒤를 이었다.

공사현장에 대한 감독관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들어 감독관 대폭 충원이라는 공약을 내세우고 이에대한 인력충원이 이뤄지긴 했지만 실효성이 있는 감독을 기대하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렇다보니 일회성 감독에 그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자나 종사자 모두에게 내재돼 있는 안전불감증.

건설현장의 예를 들면 ‘전체 사망사고 가운데 60%가 추락사’이고, ‘개인 보호장비 미착용 등 안전수칙 미준수’가 원인으로 꼽혔다. 매년 많은 사업장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이 있는데도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마인드 부재' 이외에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아직도 안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업체나 사람들이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 정부의 ‘노동존중사회’라는 기치를 무색하게 한다, 근로자 스스로도 자신의 안전에 대해 소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묻고 싶다. ‘노동존중사회’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비단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모든 일터와 사업장은 물론이고, 사업주나 노동자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만약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없는 구조를 만든다면 안전에 소홀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 법정기념일 제정에 관한 입법 논의가 진행중이다. 매년 4월 28일은 국제노동기구 (ILO),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 등이 지정한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태국, 브라질,스페인 등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법정 추모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날’ 법제화는 산업재해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그리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최상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언제쯤 이 불명예를 털어낼 수 있을지, 그 언젠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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