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이 많아졌습니다. 7살 아이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부터입니다. 코로나19로 바깥 놀이가 여의치 않으면서 생겨난 새로운 관심 분야입니다. 퇴근 후 불 꺼진 거실 창 앞에서 아이와 함께 만나는 별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입니다.

둘이 가장 주목하는 별은 ‘화성’입니다. 지난해 가을이었습니다. 어렵게 예약된 천문대의 별 관측 행사는 때마침 태양과 지구, 화성이 일직선에 놓이는, 천문용어 ‘충(opposition)’이라는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최대 3억7천만km, 그런데 ‘충’의 시기에는 거리가 약 6천3백만km로 약 6분의 일 가량 줄어듭니다. 특히 이렇게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주기는 15년에 한 번 꼴이라니, 둘에게는 더 없는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둘은 곧잘, 밤 하늘 속 ‘화성 찾기’ 놀이에 빠져 지냈습니다.

두 달 전, 미국 화성 탐사 로보가 화성에 안착하는 모습이 미 항공우주국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습니다.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행성 소식에 아이와 저는 탐사 로보 착륙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인내라는 이름의 화성 탐사 로보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신비로운 화성의 바람 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내일은 화성에서 또 한 번의 역사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퍼서비어런스에 실려간 티슈 상자 크기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처음으로 화성을 날아오르는 시도를 합니다. 이제, 화성은 더 이상 먼 행성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 우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관련 서적이나 상품 판매 실적은 물론 관련 주식도 크게 올랐습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 대한 기대와 꿈 탓입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지구환경에 대한 불안과 불신 탓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최악의 미세먼지부터 각종 자연재해,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각종 재난들에 무력감을 느끼고, 결국 일상탈출을 넘어 지구탈출을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인류가 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와 가장 가깝고 비슷한 행성이기 때문입니다. 달에 대한 콘텐츠 만큼이나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 등이 많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화성을 향한 인간의 노력이 지구 탈출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 악순환은 계속 될 게 뻔합니다. 왜냐하면 지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재난들은 오랜기간 지속해온 인간의 이기적인 생활방식과 환경파괴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우주 속 인간 활동 영역의 확장과 과학 기술의 발달은 반드시 계속되어야 할 인간의 도전 영역이고 과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잊지말아야 할 것은 현재 지구가 겪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구탈출에 성공한다해도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우주의 신비가 빚어낸 친근한 별들의 세계 만큼, 지구의 소중함도 새삼 더 가까워지는 봄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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