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 시장을 뽑는 선거가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틀간의 사전투표도 마친 여야는 본투표를 앞두고 막판 뒤집기 또는 굳히기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 후보들은 지역 곳곳을 누비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표심이 쏠릴지 아니면 여권의 국정 안정론에 무게가 실릴지는 이제 사흘 뒤에 판가름날 것이다.

그런데 사흘 뒤의 선거 결과를 앞두고 좌불안석,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각 후보 캠프의 관계자들 못지 않게 당락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 이들, 바로 서울시와 부산시의 고위직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새 시장이 오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걱정으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궐선거로 뽑힌 시장은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다음날 즉각 업무가 시작되는 만큼 인사 칼바람이 바로 코앞에 닥칠 것이라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특히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인사 물갈이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고 박원순 시장 시절에 이른바 잘나가고 인정받았던 1,2급 중심의 고위직들은 여지 없이 옷을 벗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 시장이 10년만에 다시 서울시의 수장으로 돌아온다면 10년전 서울시 행정을 주도했던 오 후보의 측근들, 이른바 올드보이들도 함께 돌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도 새 시장 당선자와 코드가 맞는 인물들로 일부 물갈이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서울시 산하기관과 서울시청 6층에 모여있는 정무직 인사들, 즉 시장과 정치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인사들은 새 시장의 측근들로 대거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고 조직의 수장이 교체될때다마 연례 행사처럼 연쇄 인사이동,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는 반복돼왔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직후 서울시 행정 1, 2 부시장과 정무부시장, 대변인 등을 곧바로 새로 임명했다. 이어 3급 이상 인사를 통해 기존 간부들을 전보나 파견 형식으로 인사 조치하고 이 자리에 내·외부의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 배치했다.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도 과감하게 발탁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새 수장은 최대한 빨리 조직을 장악하고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물갈이 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온 조직의 장과 가치관이 다르고 지향점이 틀리다면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는게 순리라는 말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정 태풍, 인사 태풍의 소용돌이속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 이들이 생겨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사 칼바람의 희생양이 돼 쫓겨나다시피 물러난 것에 더해서 이런 저런 죄목까지 씌워져 철창 신세까지 지는 이들, 반강제적으로 명퇴의 길로 들어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이들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정치적 이유로 솎아내기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 열심히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게 현실이다. 

인사철만 되면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못이루는 이들이 많은 나라, 스스로 짐을 싸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리는 보복과 사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나라는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언젠가 공직사회에 몸담았던 지인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나도 모르는 보이지 않은 손이 내 인생을 쥐고 흔든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짐을 싸지 않으면 강제로 나를 끌어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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