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이 다가오는데, 얼마 전 집에서 키우는 난초 잎들이 시들시들한 모습이 보였다. 몇 가닥은 빛이 바래 말라 버렸다. 일주일 넘게 물을 주지 않은 것이 미안해, 화분의 난석들을 물에 흠뻑 적셔 주었다. 며칠 후 신기하게 난초 잎들에 생기가 돈다. 물만 있어도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자연의 이치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매년 3월 22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은 인구 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1992년 리우환경회의를 계기로 ‘세계 물의 날 준수 결의안’을 채택했고, 이에 따라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했다.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는 국가 운영의 기본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물이 부족할 때,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었을 때 민심은 동요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댐을 건설하면서 물관리의 수준을 한층 높여왔다. 다목적댐과 홍수조절용댐들을 통해 수량을 조절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동안에 비해 비교적 큰 물난리를 겪었다. 연일 비가 이어진 탓도 있었다. 여기에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물의 가치화(Valuing water)'다. 우리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세계 물의 날 주제를 ’물의 가치, 미래의 가치‘로 정해 유엔의 주제에 화답했다. 인간과 자연에게 물이 주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잘 보전하자는 취지를 강조하는 의미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는 물 1리터 챌린지 이벤트를 통해 물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나는 물 1L로 ???까지 해봤다‘는 주제로 이벤트가 진행된다. 생수병 1-2개에 해당하는 물의 양으로 어떤 일까지 가능한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기대된다.

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댐에 가둬둔 물 위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올해부터 3년동안 합천댐 등 5개 댐에서 8개 사업 총 147.4MW 규모에 이르는 수상태양광 사업의 착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정에너지 공급을 통해 수자원의 가치를 높이고 탄소중립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주 탐사에서 행성에 다가간 우주선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우주에 물이 있는 징후가 발견될 경우 과학자들은 외계에도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만큼 물은 생명을 탄생,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는 흔한 물이지만, 누구에게는 너무 소중한 물 한 모금이 될 수 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흔하게 접하는 물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물의 순환은 부처님의 윤회 사상과도 닮아있다. 생명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했던 부처님이 물의 순환 이치를 보고 어쩌면 깨닫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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