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는 일간신문 두개 중 하나를 끊었다. 한창 논란인 신문사 유료부수 조작에 실망해서 그런건 아니다. 갈수록 진화하는 휴대폰 기반의 디지털 기사가 충분히 볼만해서도 아니다. 갓 배달된 종이신문에 코를 대고 느끼는 ‘향기’를 논해온 10년 애독자가 고심 끝에 절독을 선언한 것은 단순히 비용 부담 때문이다. ‘구독 경제’의 다른 영역에 위치한 온갖 인터넷 멤버십 콘텐츠의 지출이 벅찬 수준이 돼버려서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네이버 플러스, 쿠팡 로켓와우... 이미 구독 중인 이들 유료 서비스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앞으로가 문제다. ‘평등’이 모토였던 온라인 세상에서 차별화된 구독료 모델이 어느새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광고를 실어주며 종이값도 안되는 월 2만원을 받는 신문사의 구독 경쟁자는 더이상 기성언론이 아니다.

   최근 트위터 주가가 급등했다. 월 구독료를 내고 트윗을 보는 ‘슈퍼 팔로어’ 기능이 발표되면서 터졌다. 이를테면 방탄소년단(BTS)을 슈퍼 팔로어하면 독점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쇼핑 할인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의 90%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1세대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작고 끈끈한 ‘유료 구독’으로 변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도 OTT(인터넷을 통해 보는 TV서비스) 플랫폼 애플TV+를 한국에 런칭하려고 한다. 한국어로 된 애플 오리저널 영화 ‘닥터 브레인’ 제작도 공개됐다. 미국 구독료 4.99달러인 애플TV+는 디즈니 동영상서비스 디즈니+와 함께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국내 토종 CJ ENM의 티빙이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 확보를 선언했다. 최근 호주에서는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플랫폼 기업은 언론사의 뉴스 사용료 지급 협상에 반드시 응해야 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가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에 부는 ‘뉴스 유료화 바람’을 한국만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해온 기성 언론사들이 질 높은 ‘유료 기사’로 경쟁해야 할 시점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런 변화에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비조직적 일반대중을 상대로 하는 개념인 ‘매스커뮤니케이션’과 과감히 작별해야 한다. 모두가 관심있는 내용이 아닌 ‘개인 취향’에 뉴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요즘 대세인 유튜브 채널을 들여다보면 해답은 자명하다. 유튜브 채널에서 각 분야 선두권의 운영자가 누군가를 인터뷰하면 어김없이 메이저 공중파 TV 출연 못지않은 조회 수가 나온다. 철저한 구독자 개인 취향이 그것을 받쳐준다. 주식, 축구, 먹방, 자동차, 역사, 종교 등 단번에 수십만 혹은 수백만 조회 수를 이끌어내는 채널의 이런 아이템에서 이른바 ‘브로드(Broad)’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종이신문 유료부수 1위를 자임하는 조선일보가 이달부터 날마다 팟캐스트에 ‘듣는 뉴스’를 내보내고 정치색 강한 논평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전하기 시작한 것은 ‘네로우캐스트(Narrowcast)’가 거부할 수 없는 명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언론사의 선택과 집중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인터넷 세상을 맞아서도 줄곧 ‘광고’로 돈을 벌어온 언론이 또다른 ‘유료 구독’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다./경제산업부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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