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차기 총장은?"...어쩌면 비(非) 검찰 출신?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그래서 다음 검찰총장은 누구인가?"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몇 명의 유력 인사로 추려지는 모양새다.

우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일단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영전한 사례가 워낙 많다. 당장 전임 윤석열 총장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자리를 옮겼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라는 점, 추미애-윤석열 갈등 구도에서 윤 총장과 대립했다는 점 등으로 현 정권에 점수를 많이 땄으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검찰 내부적으로 신망과 지도력을 잃은 탓에 조직 장악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도 거론된다. 조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처음으로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기자는 "또 추 장관의 측근이겠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법조 취재를 오래 해 온 선배들은 "그렇지만은 않을 걸?"이라는 반응이었다. 선배들이 옳았다. 대검 차장이 되자 윤 전 총장과 입장을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검찰 내부에서의 신망도 두터운 듯 보이지만, 정권 입장에선 부담이다.

내부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는 봉욱 전 대검 차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꼽힌다. 다만, 봉 차장은 현재 대법관 후보라는 점, 김 전 차관은 "후배들과 경쟁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쩌면 차기 총장은 '검사 출신'이 아닌 인물이 낙점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를 들면, 판사 출신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다. 한 부장은 조국 전 장관 시절 진입해, 그동안 윤 전 총장과 끊임없이 대립해 왔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어쩌면 현 정권과 '코드'도 맞다.

■ 차기 총장은 '1년 시한부'?...시간은 짧은데 논란은 많다

차기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음 대선은 내년 4월에 진행된다. 차기 총장의 윤곽이 다음달 쯤 드러날 가능성이 높고, 차기 대통령이 내년 4월에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검찰총장 또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과거 사례를 보면, 차기 총장은 1년 남짓의 '시한부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에서 1년이란 기간은 결코 긴 기간은 아니다. 재벌이나 권력자에 대한 수사는 1년을 넘기는 게 다반사다. 그리고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수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어쨌든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재판 과정에만 보통 3~4년 가까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1년짜리 총장'이 총괄해서 지휘하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검찰에겐 하나의 어려움이 더 있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다. 이른바 '검수완박'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옳은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기소를 해야하는 검찰 입장에서 난감하게 됐다는 건 확실하다. 수사 기관이 수사한 내용을 기소 단계에서 전달받는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을 테니 일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윤 전 총장이 물러난 것도 결국은 '검수완박'에 대한 반발 차원이지 않았던가. 차기 총장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문제가 됐다. 짧은 기간, 해야 할 일도 많을 텐데, 더 부담스러운 이슈를 하나 떠맡게 됐다.

■ 차기 총장이 고민해야 할 물음..."검찰은 악(惡)인가"

이른바 검찰개혁이라는 개념을 기자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경찰이 선(善)이기 때문에, 또는 검찰이 악(惡)이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는 걸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다만, 검찰은 어느 새 '악의 집단'인 양 몰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정권의 고위 인사들은 '나쁜 놈 때려잡자'는 식으로 검찰을 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윤석열 전 총장은 '방어자' 또는 '수호자'의 이미지를 갖게 됐고,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정치인화' 돼버렸다.

"차기 총장에게 이러이러한 것을 요구한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수 많은 요구와 당부에 기자가 굳이 한마디를 보탠다면 "검찰은 악의 집단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는 것이다. 출신이 어떻든, 과거에 어디서 무슨 일을 했든, 임명되는 순간부터 검찰이라는 집단의 수장이다. 그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1년 남짓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조직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본인은 어떻게 처신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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