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전쟁 중입니다. 적은 ‘부동산 투기 세력’이고, 건강하지 않은 경제행위인 땅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전쟁입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웠나 봅니다. 개발정보와 토지 보상에 밝은 LH 공무원들이 최근 금융기관의 대출까지 받아가며 땅 투기를 한 의혹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사 이래로 전쟁의 패배와 반전의 싹은 내부의 적에서 나왔습니다. 내부의 적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부동산 투기는 범죄입니다. 시세차를 이용해 단기간에 큰 이익을 얻으려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매매 거래인데, 언젠가부터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둔갑했습니다. 대략 2000년대 쯤으로 기억됩니다. 재테크라는 이름을 단 각종 부동산 책들이 서점 한켠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이내 베스트 셀러 반열까지 올라섰습니다. 줄곧 ‘불로소득’이라고 비판받았던 부동산 투기가 재테크 투자 개념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저 또한 한때 부동산을 2~3년 주기로 사고팔아 수억씩 이익을 냈다는 주변인들의 소식을 들으며, 안 하면 나만 손해인가라는 의심도 품어봤습니다. 자본주의 핵심 운영 논리인 ‘빚’을 잘 활용하고 개발정보만 잘 알아낸다면 내 집 마련의 꿈은 성큼 다가오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내 집 마련이 재테크라는 투자 개념으로 확장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범죄라는 양심은 사회 전반적으로 무뎌지게 된 것 같습니다. 투자로 인식된 만큼 관련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의 열풍도 한때 뉴스 한 꼭지를 장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릇된 욕망에 눈먼 도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렵, 입적한 법정스님은 세상 사람들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짝수달 셋째 일요일마다 스님은 서울 길상사에서 정기법회로 대중들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말 한마디 글 한 문장으로 시대의 잘못을 꾸짖으셨는데, 그 시기 어느 가을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기법문을 앞두고 극락전 뒷방에서 스님과 잠시 차담을 나눴습니다. 스님은 산골 오두막 암자 생활의 즐거움과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날 스님의 법문 주제도 ‘맑은 가난’이었습니다. ‘맑은 가난’, 주어진 가난이 아닌 내가 선택한 가난입니다. 스님의 책 ‘무소유’에도 비슷한 글귀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 최근 또 다시 부동산 투기 사건 기사와 법정스님의 입적 11주기 추모 뉴스를 연달아 접하며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욕망은 인간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고 문명의 발전을 이루게도 하지만, 투기는 탐욕스럽게하고 종내는 파멸로 이끕니다. 오르고 오르면 못 오르리 없겠지만, 투기는 인간의 도전 영역이 되어서는 안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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