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은 당나라 유학을 가던 중 발걸음을 돌렸다. 한 밤 중에 마신 너무나 달콤했던 물이 해골에 담겼음을 알아차린 후,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지는 않았지만 원효스님의 학문적 성취는 놀라웠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당대에 이미 종파불교의 문헌이 집대성 된 중국본토에서 원효스님의 주석서가 널리 읽혔다. 그 필사본은 돈황을 넘어 투르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각 종파의 장단점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해 종합했기 때문이다. 그런 원효스님은 신분제의 벽이 철옹성처럼 굳건했던 고대국가 시대에 저자거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요석공주와 결혼을 했으니 왕족이었지만, 스스로를 소성거사라 부르며 춤과 노래로 불법을 전했다.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고, 본래 마음을 깨달으면 지금 이 땅위에 정토가 실현된다고 알렸다. 요즘으로 치면 세계적 석학이 무대에 올라 힙합을 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봉은사에서 한국불교 중흥을 염원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미산원정대가 발족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발대식은 가감 없는 현실인식과 개선방안 등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까지 이어졌다. 특히 종교와 정치는 원래 한 뿌리여서 그러했을까? 개인적으로 전현직 국회 정각회장의 발언에 가장 눈길이 갔다. 이원욱 정각회 회장은 통일된 불교성전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교육시켜, 불자들이 핵심교리를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주호영 전 회장 또한 불교교육부터 재가신도 조직 성장 등에 대해 막힘없이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주문했다. 전현직 정각회 회장의 이러한 인식과  주장은 공통적으로 불교가 어렵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수미산은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상상의 산이자, 불교적 세계관의 핵심이다.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와 자이나교에서도 수미산은 메루산이라는 이름으로 우주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고대 인도인들은 수미산이 천계와 대지를 잇는 통로이자 매개체라고 여겼다. 세 종교 모두 깨달음을 제1의 과제로 삼고 있고, 천계는 깨달아야 갈수 있는 곳이기에 수미산은 곧 깨달음의 세계이다. 이러한 수미산을 티베트불자들과 힌두교도, 자이나교도들은 티베트에 있는 6,714m의 카일라스 산으로 여겨 순례를 한다. 수미산원정대 취재 이후 관련 논문과 영화, 기사와 자료, 동영상 등을 빠짐없이 찾아서 봤다. 그런데 이중 BBS 다큐멘터리 티베트 성지순례 카알리스로 가는 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다큐 후반 진경스님이 카일라스로 가는 길목에서 찬불가를 부르는 장면이 정말 뭉클했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찬불가 중에서 부처님, 부처님을 부르며 나무이미타불 중생의 이 원을 들어 주소서라는 대목이 특히 그러했다. 수미산은 깨달음의 세계 이기에,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해서 이르는 서방정토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모든 중생이 성불할 때 까지 정각을 미룬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이 찬불가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대학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했고, 불교언론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불교는 여전히 너무나 어렵다.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불교교리를 어떻게 해야 보다 간결하고 쉽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카일라스 산에서 울려 퍼진 스님의 찬불가와 원효스님의 무애가는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앎이 시대의 천재 원효스님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지라도, 숨쉬기 조차 힘든 5천 미터의 고산지대에서 부른 나무아미타불에 그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미산원정대가 '108명 인연맺기'라는 '수미산'에 어떻게 오를지 기대와 희망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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