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전격 사퇴했다. 임기를 4개월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윤 총장의 사퇴는 이미 서초동 일대에서는 공공연하게 돌던 얘기였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사퇴가 임박했다'와 '사퇴하지 않을 것이다'로 나뉜 각각의 주장에는 최측근의 전언 등 수많은 근거들이 쌓여갔다.

다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처럼 이른 시점에 윤 총장이 사퇴할 것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윤 총장의 사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 수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사의 표명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무 정지 등 일련의 사태에도 끝까지 버텼던 윤 총장이 너무 쉽게 사퇴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총장이 지금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게 사퇴 외에는 딱히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임기를 목전에 두고 이뤄진 갑작스러운 사퇴는 여러 가지 오해를 낳기 십상이다. 윤 총장은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도, 선을 긋지 않았다. '국민'을 언급하면서 정계 진출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선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이번 사퇴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직을 던졌다는 그의 진정성 또한 의심받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기관으로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 조직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만 더해주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기관들 간의 상호견제시스템 구축은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는 윤 총장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건 검찰만이 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검찰만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는 경찰, 공수처 등 수사권을 가진 조직들이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심이 들지는 않는다. 그간 검찰 역사에 비춰볼 때, 공도 크지만 과오도 그만큼 적지 않았다.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권한을 독점하면 그에 따른 폐해가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태껏 마땅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검찰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닻을 올려 항해를 시작한 상태다. 시대적 소명인 검찰 개혁을 완성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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