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온통 현대자동차 이야기다. 전 세계 언론과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 각국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현대차를 소재로 논쟁도 뜨겁다. 이틀 사이 큰 사건 3개가 겹쳤다. 5분 충전해도 100km를 간다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공개돼 단숨에 테슬라 대항마로 떠올랐다. 다음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GV80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으면서 차의 안전기능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지, 차체에 결함이 있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잇따른 화재로 배터리 불량 가능성이 제기된 코나EV 등 전세계 현대차 8만대가 1조원을 들여 전량 리콜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베일을 벗은 아이오닉5의 출시 전 반응은 결코 나쁘지 않아 보인다. 회복 중인 타이거 우즈가 ‘대회 협찬 차량’인 GV80을 두고 무슨 말을 할지 두고봐야겠지만 일단 외신과 업계의 관심이 한국차에 집중됐다. 화재 원인 규명에 앞선 발빠른 코나EV 배터리 무상 교체도 현대차의 ‘품질,책임경영’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듯 하다. 무엇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현대차 홍보 효과 만큼은 이번에 ‘대박’이 났다.

  따지고 보면 현대차 그룹만큼 국민적으로 논쟁적인 기업도 드물다. 우리 국민 머리 속에서 현대차는 과도한 애국주의를 의미하는 속어인 ‘국뽕’과 전 세계 자동차 판매 5위 수준에 서 있는 ‘글로벌’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현대차를 향한 시선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평균 연봉 1억원의 이른바 귀족 노조가 늘상 파업을 하는게 우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잊을만하면 발생하지만 그 때마다 운전자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회사 입장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훨씬 비싸고 ‘옵션 사양’ 부담을 주는 마케팅 방식은 자국민을 호구로 여기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페이스리프트(디자인 일부 변경) 모델의 외관을 너무 빨리 바꿔 기존 차량을 순식간에 구형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비판 대상이다.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늘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형제기업인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20년 전부터 줄곧 70~80%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지금 대전환기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고, ‘자율주행’의 시계가 앞당겨졌다. 이 두 분야의 선도 업체인 미국 테슬라는 일본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차 업체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변신의 몸부림은 꽤나 고무적이다. 우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아이오닉5의 내외장 디자인이 기대 이상 호평을 받고 있는데 눈길이 간다. 가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감안하면 3천만원대 실구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테슬라가 최근 주력 모델 가격을 일제히 낮춘게 아이오닉5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흐름을 주도할 가능성 마저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2주 전 걸어다니고 변신하는 무인 모빌리티 로봇 ‘타이거(TIGER)’를 공개했다. 6분 짜리 유튜브 소개 동영상을 보니 SF 영화가 정말 현실로 다가온 느낌을 받았다. 현대차 산하 미래 모빌리티 담당조직인 뉴 호라인즌스 스튜디오 존서 상무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로봇 다리를 가진 차량이 위험하거나 극한 상황에서 응급 구조요원을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스튜디오는 차량의 설계와 제조 방식까지 새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산차 애용’이란 애국심으로 밀어준 국민들에게 드디어 도전과 혁신으로 보답하고 있는 것 같아 현대차를 향한 삐딱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경제산업부 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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