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식사나 술자리가 남들보다 많은 편입니다. 친구도 제법 많아 하루는 일로, 하루는 친구로 이사람 저사람 만나게 되지요. 그러는 사이 맞는 바지는 줄어들고 정장 입기가 불편해졌습니다. 조금만 힘 주면 터질 것 같은 와이셔츠의 단추들에게 제일 미안합니다. 

그랬던 제가 최근에는 살 빠졌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습니다. 사실입니다. 전성기(?)보다 8㎏ 정도는 뺐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굳은 결심도 있었지만, 다이어트를 도와준 건 사실 '거리두기'였습니다. 서울시 출입을 지난해 6월부터 했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일로 하는 저녁 자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로 친구들 만나는 일도 거의 줄였습니다. 심지어 지난 추석과 설 명절에는 고향에도 안 내려가 명절 음식 먹을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텁니다. 설 이후 거리두기는 완화됐고, 수도권의 영업제한 시간도 한시간 늘었습니다. 그에 따라 몇 달을 미뤄놨던 약속들이 다시 잡힙니다. 결과는 바로 살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요요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배가 다시 빵빵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제 몸무게는 사실상 인간지표인 것 같습니다. 몸이 불어나자 잠잠해지던 확산세도 다시 돌아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23일) 기준, 서울 지역에서 당일 확진자 수를 전일 검사 실적으로 나눈 확진율은 1%로 급등했습니다. 서울의 확진율이 1%를 넘은 건 지난 1일 이후 23일 만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완화가 다소 성급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상은 하루빨리 돌아와야 합니다. 막다른 생계의 절벽에 놓인 이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면세점업은 매출이 1년 만에 80%넘게 쪼그라들었고, 한식업의 매출도 1조 6천억 원이 줄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아직은 마음을 완전히 놓아서는 안 됩니다. 자영업자와 시민 모두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긴 고통의 끝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다시 살이 찌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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