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아 취직했니?”, “00아 학교 어디 갔니?”

설이나 추석 명절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 사이에서 오가는 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올해 설 명절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말들이 오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설 연휴 기간에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모나 고모, 삼촌들이 묻는 이런 질문들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조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또 괜한 질문을 해서 모처럼 모인 가족들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고, 다른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험을 어른들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어른들의 질문이나 관심은 집안의 청년 세대가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사회적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른바 ‘고용한파’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1월 취업자수는 2천 581만 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만 2천명 줄었다. 100만명에 육박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12월의 128만 3천명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취업자수 감소는 지난해 3월 이후 11달째 이어지고 있다. 실업자는 157만명으로 1년전보다 41만 7천명이나 증가해 실업 통계가 개편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1월 고용한파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속에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강화되면서 음식점,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대면 서비스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폭설에 따른 일용직 감소나 노인 일자리 종료 후 개시시점까지의 시차도 영향을 미쳤다. 전년도 같은 달 취업자가 크게 늘었던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음을 통계청은 이유로 들었다.

청년 신규 채용이 감소한 것은 ‘고용한파’의 부정적 요인 중 하나다. 취업자수 감소를 연령별로 보면 2-30대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20대는 25만 5천명, 30대는 27만 3천명 각각 감소했다. 40대 21만명, 50대 17만명, 60대 만5천명 감소와 비교하면 2-30대의 감소폭이 크다.

고용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 공채를 실시하던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줄어가고 있다. SK그룹은 2022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전면 폐지하고 전원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채용 방식이 변하는 것일 뿐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룹측은 설명했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은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19년부터 대졸자 공채 대신 수시 채용 방식을 채택했다. LG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실시하던 정기 채용을 지난해부터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LG는 신입사원 70%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KT 역시 지난해부터 수시.인턴 채용 방식으로 바꿨다.

정부는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1분기중에 중앙정부.지자체 협력으로 ‘90만+알파(α)’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여성 맞춤형 일자리 대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의 단기적 고용대책이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아울러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장기적 고용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인률이 높아져야 한다. 또, 결혼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고용대책은 단기적으로 숫자를 늘리기 보다,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여러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고용대책을 기대해 본다. “취직했니?”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청년세대들이 늘어나길 기원한다. 그 다음에 삼촌 세대들은 질문을 바꾸게 될 것이다. “결혼 언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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