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오늘로 꼭 일주일째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실질적 국가지도자였던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도 수도 네피도 자택에 7일째 강제 구금돼 있습니다. 놀랍게도 ‘워키토키’로 불리는 휴대용 소형 무전기를 불법 수입해 사용했다는 게 드러난 구금 이유입니다.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채, 경찰의 마라톤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외신이 나옵니다. 

흡사, 우리나라 1970~80년대 시절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가택에 연금당한 채, 억지 이념으로 죄를 뒤집어쓰던 군사정권 때와 지독히도 닮아있습니다.

지난 2013년 여름이었습니다. 미얀마 현지에서 아웅산 수치 고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불교계 한 봉사단체를 동행 취재할 때였는데, 당시 수치 고문은 제1야당이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의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원했던 기자들이 많아 즉석에서 풀기자단(공동취재)이 꾸려졌고, 아쉽게 포함되지 못해 대면 기회는 없었지만 인터뷰 전 만남과 기념촬영으로 잠시 인사는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전세를 살고 있다던 수치 사무총장은 검박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넘쳤던 걸로 기억됩니다. 수치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한 국가의 발전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모든 것은 국민에게 달려있습니다.…특정 개인 또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기보다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이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은 각자의 주거지에서 북이나 냄비를 두드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시민 불복종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거리로 나서지 말고 비폭력 항의로 쿠데타 반대 의사를 표현해달라는 수치 고문의 요청도 한 몫 했습니다. 하지만 군부는 일찌감치 모든 인터넷, 모바일 데이터 자체를 차단하고, 힘의 논리와 은폐로 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결국 현지 시간으로 어제, 참다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수 천 명의 시민들이 벌인 불복종 평화 시위,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거세질 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테다 스카치폴은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의 혁명을 비교한 <국가와 사회혁명>이라는 책에서 “혁명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모순이 있으면 이를 반드시 해결하려는 인과응보의 움직임이 항상 있었고, 이는 반란이나 쿠데타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겁니다.  

지난 2015년, 53년간의 군부 독재를 종식하고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던 미얀마. 다시 2기 문민정부 시대를 앞두고 군부 독재와 민주화라는 갈림길에서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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