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그간의 확신에 찬 발언 때문이었을까. 법원에서 본 그는 늘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지난 2월 말 그가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을 당시, 국내 확진자는 160여 명 이었다. 확산세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그를 보좌하던 이들과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옆에 선 기자들 그리고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과 일반 시민들 역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는 소위 ‘턱 마스크’도 없이 포토라인 앞에 섰다. 그리고 “모든 운동의 본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해체하려고 하는 의도에 대해 강렬히 저항하는 것”이라 소리 높여 외쳤다. 마스크 없이 환히 웃는 그에게는 반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희생이, 수 백 만 국민들의 소리 없는 인내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단단하던 그의 믿음이 무너져 내린 건 한 순간이었다. 그가 목사로 있던 서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일주일 만에 600명을 넘어섰으며,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며 극렬히 사수했던 8.15 광복절 집회는 결국 코로나19 슈퍼 전파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확진 판정 직후에도 그는 ‘턱 마스크’를 유지한 채 누군가와 여유롭게 통화하며 호송차에 올랐지만, 밖에선 수 천 명의 사람들이 그와 그의 신도들이 흘렸을 바이러스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했다. 지난 주 서울중앙지법을 찾았던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한 언론사의 기자는 급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법원과 검찰 기자실 전체가 한 때 일시 폐쇄됐다.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 소법정 안에서 긴 시간 그와 같은 공기를 나눴던 재판부와 실무관들 역시 자가 격리에 들어갔으며, 서울가정법원에서도 사랑제일교회 발 감염자와 접촉한 미화 담당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를 둘러싼 코로나19 확진 여파는 그렇게 광화문을 넘어 법조타운까지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던 'K-방역‘은 방역당국의 피나는 노력과 의료진들의 조건 없는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인내가 낳은 결과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국민들이 코끝까지 마스크를 치켜 올렸던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보호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혹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슈퍼 전파자‘가 되어 가족과 지인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광화문 집회 당시 일부 참가자들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나는 나이를 먹을 대로 먹어 죽어도 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경찰관들이 전하는 이 같은 생생한 증언에 많은 이들은 이제 염려보다 분노의 감정을 먼저 느끼는 것 같다.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음모론에 사로잡혀 코로나19 검사를 피하는 이들과 확진 판정 후에도 병원을 탈주하는 이들이 늘어 간다면 K-방역의 공든 탑은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종교와 정치의 영역을 벗어나,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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