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청와대 불상 앞에서 합장을 올렸다.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최근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을 예방했다. 의례적인 만남 자리였지만 윤 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뜻밖의 화두를 던졌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예전에 성행 했으면 우리들의 인사도 '악수'가 아니라 '합장'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좌중은 이내 유쾌한 웃음과 함께 불교의 인사법인 합장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청와대 불자회장을 역임했고, 불교계 큰 스님을 만나는 자리였기에 건넨  말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 인류의 고민이 담긴 발언이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는 '악수‘가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렸다. 감염 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악수’는 이제 과거의 것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튜브를 통해 앤서니 소장의 관련 발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의 발언은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다. 미국 NBC NEWS 앵커가 “소장님은 몇 주 전에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라고 말 하셨죠. 특히 소장님은 더 이상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하셨죠?”라고 묻자,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현재 있는 곳에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 힘듭니다. 우리는 이제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라며, 더 이상 악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이를 거듭 강조했다.

물론 5천년의 역사를 가진 '악수'는 서구유럽의 문명과 함께 했고, 이 오래된 인사법이 코로나19로 사라질지는 미지수이다. 악수는 고대 바빌론에서 신성을 전달받기 위해 손을 잡은 것에서 유래해,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잡고 흔들었다고 전해진다. 유목문화로 대변되는 이동이 많았던 서구에서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적의를 단박에 알수 있는 악수는 그 어떤 인사보다 유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화 시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이들과 만나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악수는 서양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 되었다. 이에 반해 한군데 오래 정착해 살아왔던 농경문화권에서 이방인은 드물었고, 모두 다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는 비접촉의 인사법이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합장은 성스러운 손인 '오른손'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왼손'을 합쳐 신과의 합일을 의미한다. 두 손바닥을 심장 앞에 모으는 합장은 타인을 자신의 생명처럼 존중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불교에서는 '불성'과의 일치 '성불'에 대한 가피 등을 나타낸다. 인도에서 오른손은 '식사'를 왼손은 불결한 일을 처리할 때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오른손은 동적인, 왼손은 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 참선을 할 때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려 놓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급변하며, 악수라는 뿌리 깊은 일상의 인사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비대면, 온라인 회의 등 변화는 오래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단지 코로나가 그 시기를 앞당기며, 변화를 알아차리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무는 서양식 '악수'와 떠오르는 동양식 '합장'을 바라보며, 코로나 이후 가늠하기 힘든 변화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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