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아기 부처님이 탄생한 불교계 최대 기념일입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거리마다 오색빛깔의 연등이 넘실대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올해만큼은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연등행렬을 포함한 모든 행사 일정이 한 달 뒤로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한 지금 바이러스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72일 만에 '0'명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에 들어갔습니다. 부처님 오심의 참뜻을 알리며 우리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대통령 탄핵, 코로나19 사태는 공교롭게도 부처님오신날인 음력 4월 8일을 앞두고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불교는 광명의 등불을 한데 모아 지혜롭게 극복하는데 주도해 왔습니다. 사찰의 재정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법회와 행사 등을 중단하며 온 힘을 다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온 겁니다. 연등행렬이 열리는 5월 23일에도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행사 성격과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두고 조계종 법통의 상징인 종정 진제 대종사가 이례적으로 교시를 발표했습니다. 그 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우리 불교는 전통적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신명을 다 바쳐 국민과 아픔을 함께 하여 국난을 극복하고 국권을 수호하여 왔습니다." 흔히들 불교를 '국민 종교'라고 부르는데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그 말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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