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묵언(默言) 수행 중인가. 4.15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정치권이 조용하다. 가끔은 반성과 자중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선거 결과에 따른 충격파가 꽤 큰듯하다.

여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하며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공룡 여당’으로 발돋움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 확보에 그치며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위협당하고 있다.

국민들은 왜 여당에 전적인 지지를 보냈을까.

광화문 광장이 촛불의 열기로 뜨거웠던 그 때. 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보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마땅히 그럴 거라는 국민적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당 해체의 각오는 얼마안가 보수 궤멸이라는 위기감 속에 묻혀버렸고, 그로인해 보수 개혁의 당위성은 보수 결집의 절규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 결과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수 야당이 치열하게 벌인 수 싸움은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고, 입 안의 도끼가 도리어 제 발등을 찍은 건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와 보수 모두 대통령을 잃은 경험이 있지만, 진보는 그 아픔을 교훈삼아 절치부심, 절차탁마하며 진보하는 계기로 삼아온 반면, 보수는 탄핵의 강을 건너니 마느니 아귀다툼에 젖어 당을 제대로 보수조차 못한 책임이 아닐까.

그럼에도 여전히 여당의 압승 원인이 코로나19 위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불가항력적인 패배였다고 치부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유권자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야말로 보수 재건의 걸림돌로써 건전한 보수의 탄생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말아야 한다.

여당 역시 오만과 독주를 경계하며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은 여당을 지지하는 것으로써 문재인 정권에 다시한번 힘을 몰아줬지만 또 지켜볼 것이다. 경제·고용위기를 헤쳐 나아가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진정성 있게 추진력을 이어갈 것인지. 혹여 승리감에 도취돼 코로나19의 위기가 가져다 준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의 기회를 이대로 날려버리지는 않을지.

역대 대통령의 씁쓸한 퇴장이 거듭돼 온 과정에 상처받아온 국민들. 준엄한 정치참여 의지가 방어기제로 자리 잡았음을 여야 정치권은 두려워해야 한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