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이 사용하는 어휘나 말씨를 통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오랫동안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말과 진심이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직접 마주보고 함께할 기회가 적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의 ‘말’은 나와 사상이 같은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집니다.

 선거철,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의 언어는 한층 강해집니다. “나는 당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국회의원이 돼 실현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기 위해서죠. 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대호 미래통합당 후보는 “노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시설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노인 폄하가 아닌 공경 발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차명진 후보는 세월호 발언이 "우파 국민 결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핵심 지지층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자극적인 언어’를 택했던 겁니다.

 책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려 듣는 사람이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고 말이죠. 막말 파문을 일으킨 두 후보의 언어는 일부 지지층의 마음에 쏙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너무 뜨거웠다는 뜻이겠죠. 국회의원 후보는 자신의 사상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한 표에 의해 당선되지만,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두루 들어야 합니다. 국민은 각 후보가 가진 사고의 그릇에 나의 입장도 담길 수 있는지 역시, 그 사람의 언어를 보고 판단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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